동물자유연대 : [부고] 다정한 늙은 개, 마마가 아주 먼 산책을 떠났습니다.

온 이야기

[부고] 다정한 늙은 개, 마마가 아주 먼 산책을 떠났습니다.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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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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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8일, 마마가 별이 되어 먼 산책을 떠났습니다.



나의 편지가 너무 길어서 마마 너에게 다 못 닿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마마는 걸음이 느리니까 터벅터벅 천천히 걸을 때 이 편지가 너의 한 걸음, 한 걸음에 꼭 닿기를 바라. 어떤 말부터 해야할까. 이제 너가 없다. 마마야 이제 네가 없다는 게 말이 되니? 아침 밥 시간, 너는 없는데 습관처럼 너의 밥그릇을 꺼냈어.


귀만 진한 갈색 털, 옆구리에 검은 털 한 가닥, 코에 동그라미 6개의 점 같은 무늬, 휘릭 내 손을 핥아줄 때 뜨거운 혓바닥, 푸석하고 비실거리는 꼬리, 간식 앞에서는 커다랗게 움직이던 무겁고 둔한 몸, 축축한 건 절대 못 참는 깔끔한 고집, 셀프 발 베개, 똥 누면 간식 먹어야 해서 급해지는 몸짓, 귀를 쓰다듬으면 내 손에 실리던 너의 얼굴 무게. 너를 떠올리면 모습이 너무 많아.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꼈어. 그때도 넌 늙어 있었으니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떨까 생각했지. ‘매일 걷던 그 길을 함께 걷겠지’, ‘너는 낙엽과 다른 개 똥 냄새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버리겠지’, ‘그 냄새 맡느라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겠지.’ 그런 네 덕분에 나는 점심시간마다 산책길 언덕에 좋아하는 산 풍경을 매일 들여다볼 수 있었어. 산 색깔의 변화에 감탄하고 철 따라 피는 것들, 날아가는 새를 올려다보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듬었어. 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고 느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너를 발견하고 알아갔지. 너는 오르막길에서 똥 싸는 걸 좋아하고, 오후 4시부터 하이텐션이 되고, 큰 그릇보다 작은 그릇에 담긴 물을 마시는 걸 좋아하고, 다른 개에게 다정하나 그 관심의 시간이 아주 짤막하고 등등..




언제나 코끝으로 말을 걸며 느리게 걷던 마마. 너의 느린 걸음과 다르게 너의 늙음과 병은 너무 빨랐어. 너의 늙음을 마주할 때마다 두려웠지만, 세월의 흔적 담은 너의 늙음은 너무나 소중했어. 느린 걸음 안에 많은 추억도 쌓았지. 북한강 산책 갔을 때 마마 걸음 너무 느려서 다른 친구들 산책길 끝까지 다녀올 동안 우리는 겨우 산책 초입길에 머물렀잖아. 그때 마마가 새로운 곳 냄새를 엄청 열심히 맡던 걸 생각하면 겨우 조금 걸었던 그 산책을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마마 너가 종양 때문에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그걸 정확히 알 수 없는 거 말고는 어려울 것 없다고 마음을 다졌었어. 그저 충실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 시간을 수집하고, 어쨌든 웃겠다고. 누구라도 사랑하는 존재가 슬픈 마음으로 함께하는 것보다 기쁜 마음으로 옆에 있는 걸 바랄 테니까. 너가 암 판정 받았을 때도, 다리에 힘이 없어져 주저앉았을 때도 나는 나름대로 씩씩했어.(맞지? 잘했지?) 하루하루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까지 함께 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결연의 날, 대부모님이 마마에게 써주신 편지>


<마마가 좋아하던 산책로 잔디>

그런데 마마 너는 우리에게 조금의 고생도 시키지 않고 가버렸어. 결국 ‘어쨌든 웃겠다고’ 한 다짐은 실패했지. 작별의 시간은 늘 갑작스럽고, 너는 마지막 순간에도 너처럼 순하고 고집 있게 떠났어. 너는 이제 여기 없지만, 나는 알아. 지금 마마는 평화와 기쁨 가득한 곳에서 코끝으로 여행하고 있다는걸. 못 먹던 간식도 실컷 먹고 있지? 거기서는 달릴 수도 있어? 구조 당시 때부터 늙어 있어서 달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던데. 거기서는 마마 북한강 산책 끝까지 다녀오자!



<간식을 조르던 마마>



<활동가 옷을 입은 마마>


<마마야, 무슨 꿈 꿔?>


마마야 너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기억될 시간, 사랑으로 그리워할 시절을 주었어. 그런 사랑을 알려줘서 너무 고마워. 그런 시간과 시절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언젠가 마마 너의 입냄새가 그리워지겠지 생각했는데 벌써 너무 그립다. 맨날 똥 먹다 걸려서 똥덩어리 입에서 떨어뜨리고 똥냄시 나는 입 냄새도 사랑해. 쉬야 냄새 밴 꼬질꼬질한 털 냄새도 너무너무 맡고 싶어.



<늙은 개에게 전하는 노래(Mama)>



사실 하고 싶었던 말은 간단한데 무슨 편지를 이렇게 길게 썼을까. 마마야, 너무 너무 너무 사랑하고 너무 너무 너무 고마워. 우리 마마 너무 소중하고 사랑해. 꿈 속에 가끔 놀러와줘.
마마야 좋아하는 냄새 마음껏 안고 가야 해. 좋아하는 기억 마음껏 안고 가야 해.


-마마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을 함께했던 이민주 선임 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다정한 늙은 개, 마마가 좋아하는 냄새 맡으며, 간식 먹으며 온센터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함께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10년 동안 보호소에서 지냈지만, 다정함을 잃지 않은 개. 좋아하던 게 많았던 개 '마마'를 오래 오래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먼 산책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마마에게 좋아하는 것들 마음껏 잔뜩 즐기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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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김준성 2022-07-11 15:35 | 삭제

마마야,
천천히 좋아 하는 냄새 맡으며 조심히 가렴.
그곳에 도착하면 꼭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마마야.


구지윤 2022-07-11 17:22 | 삭제

마마야~ 그곳에서는 더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행복하렴~💕


조혜현 2022-07-11 17:47 | 삭제

선하고 따뜻한 마마의 눈빛이 너무 마음에 남네요.. 부디 이제 아프지 말고 마음껏 뛰놀고 행복하렴


이성일 2022-07-11 19:10 | 삭제

마마안녕~~이번생은 견생으로 살았기에 다음생은 인생으로 살아갈거야~~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너가 베풀고간 견생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서연 2022-07-13 10:51 | 삭제

마마야 고생했어 그곳에선 가족 만나서
아프지말고 더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