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선생님들의 말에 따르면 나비는 너무나 순하고, 고된 치료를 잘 따라주는 아주 용감한 고양이였다고 합니다. 생사의 경계에서 용감하게 생의 의지를 보여주었던 나비를 함께 기억해주세요.
나비의 평안을 바라며 이민주 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나비야, 너를 처음 마주한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내 팔 안에서 몸부림치다가 가만히 품에 안겼던 너의 작은 몸을 기억해. 너의 눈동자는 무슨 색이었을까. 원래의 털빛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두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온몸이 시커멓게 타버린 너를 안고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
그 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살자, 살자.” 이 말만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어. 긴박했던 재난 현장에서 너에게 급히 ‘나비’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서 너의 이름은 “살아”였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했던 상황에서 살아달라는 바람을 담은 말만이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거든. 얼마나 간절하게 네가 살아줬으면 하고 바랐는지 몰라. 그래서 그 이름 하나에 내 모든 기도를 담았어.
“오늘은 버텨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기적을 바라는 마음 사이를 왕복하는 동안, 너는 정말 대단하게 살아냈어. 두 달이라는 시간이 너에게는 얼마나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을까. 그런데 너는 화상의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어. 화상 치료를 묵묵히 견뎌주었고, 밥을 받아먹기 시작하던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지. 누워만 있던 몸을 일으켜보려 애쓰던 모습, 아픈 발을 하나씩 떼며 다시 걷고자 했던 그 의지까지, 모든 순간이 소중했어.
네가 겨울을 견디고 난 뒤 봄을 마음껏 만끽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에게 봄을 보여주고 싶었어. 불길이 앗아간 너의 털과 상처투성이 살갓에 털이 다시 자라고 새살이 돋아나면 너에게 내어줄 수 있는 모든 기쁨을 주고 싶었어.
그렇게 회복된 너와 함께 보내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어. 따뜻한 바닥에 몸을 눕히고, 볕이 드는 곳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고 졸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 말이야. 가끔은 어딘가 높은 공간에 올라서서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눈도 보고 싶었고, 이름을 부르면 귀를 쫑긋거리는 너의 모습도 보고 싶었어.
너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과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이 말은 꼭 남기고 싶어. 미안해, 나비야. 작은 몸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컸을 고통을 네가 겪어야 했다는 게 너무 미안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살아라, 살아줘, 살아내자 그 말을 되풀이하는 것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너무 잘 버텼어. 네가 견뎌야 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할게. 이제 본연의 삼색 무늬를 되찾고 상처도 아픔도 없는 곳에서 쉬고 있기를 바라. 안녕, 살아야.
병원 선생님들께서 써주신 편지
산불 현장에서 구조되어 매순간이 고비였던 나비의 치료에 힘써주셨던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앵자 2025-05-23 15:19 | 삭제
나비야 치료받는 긴 시간동안 고통스럽기만 했던 시간이 아니었기를 바라 잘 버텨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 이제 아픔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지내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