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땡볕 아래에서 작은 고양이가 뒷다리를 쓰지 못한 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리가 그렇게 다친 와중에서도 배가 고팠는지 먹을 걸 주니 잘 받아먹었습니다. 자전거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였는데 해가 지면 작은 어린 고양이들은 교통사고가 날 만한 위험한 순간들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경계하는 듯하다가 먹을 것을 주니 새끼 고양이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많이 아프지? 치료해 줄게, 병원에 같이 가자”라고 말을 걸어서 그랬는지 고양이를 쉽게 이동장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고양이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어려워 보이는 환경이었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우측 대퇴골이 심하게 골절되었다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간수치가 좋지 않아 바로 수술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원하여 치료하면서 수술했습니다.예상보다 수술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 작은 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 기다리는 내내 마음을 졸이며 새끼 고양이가 잘 견뎌주기를 기도했습니다. 수의사선생님은 수술을 시작하니 엑스레이 검사에 나오지 않은 여러 곳의 골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그렇게 긴 수술이 끝나고 고양이가 무사히 깨어난 순간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새끼 고양이가 너무 기특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 후 정기적으로 검진을 병행하며 정성으로 돌보았습니다. 수술한 다리를 많이 쓰거나 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고양이가 많이 움직여 힘들기도 했지만 네 다리로 걷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니 새끼고양이 본연의 모습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것 좋아하고, 천진난만하게 놀고, 집사가 뭐 하는지 관찰하는 것 좋아하고, 집에 있는 반려묘 사료도 빼앗아 먹고... 구조자의 반려묘는 평소에 다른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새끼라 그런지 많이 봐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생명이 수술대 위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놓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길에서 살아가는 우여곡절 많은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저에게로 우연히 왔어요. 이 아이가 어떤 인연으로 저에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생명이 주는 가르침은 참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