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쓰담쓰담] 어디서 다치고 나를 찾아 왔을까?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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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어디서 다치고 나를 찾아 왔을까? 햇살이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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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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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 없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사료 배달을 하러 갔는데 처음 본 고양이가 절룩거리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도는데 너무 말라서 뼈밖에 없는 모습에 뒷다리 한쪽을 아예 쓰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급히 동물병원에 가서 포획틀을 가져왔는데 다행히 고양이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십자인대가 파열되었고, 좌측장골에 골절 흔적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너무 여위었고 기력도 없어 당장 수술을 할 수 없고, 체력을 회복한 후에 수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서 잘 먹이고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체중이 2킬로그램 정도 늘어 수술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입원하고 있는 고양이가 밥을 안 먹는다고 했지만, 구조자가 방문하면 신기하게도 밥을 먹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구조한 게 참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아이는 언제 어디서 이렇게 크게 다쳐 만신창이가 된 건지...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고양이가 퇴원하는 날을 앞두고 집 청소를 깨끗이 하고 다리가 아픈 고양이를 위해 카펫도 깔아주었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온 고양이는 잠시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전에 살았던 걸 기억했는지 붕대를 감은 다리로 여기저기 탐색하기도 했습니다. 한두 시간이 지나니 반려묘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구조자는 퇴원한 고양이가 움직여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돌보았습니다. 구조를 안했으면 어쩔 뻔했나... 이젠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걷는 게 부자연스럽고 골반 뼈도 좋지 않았지만, 수의사 선생님은 성한 한쪽 다리는 잘 쓰고 있으니 약 먹고 관리 잘하면 차츰 좋아진다고 해서 최대한 잘 먹이고 잘 돌보았습니다. 고양이는 약도 거부하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길에서 못 먹은 기억 때문인지 다가가면 무조건 밥자리로 뛰어가 밥을 먹습니다. 수술 전에 밥 잘 먹으면 다 고쳐 줄게... 라고 이 아이를 안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마도 그 말을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구조해서 쓰담쓰담 지원을 받은 우리 축복이 와도 너무 잘 지낸답니다. 잘 때는 축복이와 같이 잡니다. 너무 추운 겨울에 구조해서 겨울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햇살이로 예쁜 이름도 지었답니다. 우리 햇살이 수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살도 많이 오르고 근육도 생겼다 하시네요. 이제 한 아이가 또 가족이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길여정 끝내고 제 가족이 된 이 아이 정성을 다해 잘 보살피겠습니다. 작년에 쓰담쓰담 지원을 받은 다리 하나 없는 우리 축복이와 햇살이 제가 끝까지 가족으로 잘 보살피고 편하게 살게 해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