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파나마에서 열린 제 64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은 “과학적 목적의 포경을 합법화하겠다” 계획을 공표해서 국제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IWC는 1986년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 12종에 대한 상업포경을 유예(모라토리엄)하기로 결정하였으나, 과학연구용 조사포경은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 허점을 이용해 과학연구를 빙자한 상업포경을 강행해 전 세계의 오랜 비난을 받아왔다.
국제사회와 국내에서의 비난이 계속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7월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고래 과학조사 계획에 대한 우리정부 입장”에서 과학조사 계획을 발표한 배경을 해명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정부가 과학조사 계획을 철회하여야 하는 이유와 함께 야생동물을 포함한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로써의 입장을 밝힌다.
1. 어족자원 감소의 원인이 고래 개체수의 증가라는 주장에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
농림수산부는 “1986년 모라토리움 시행 이후 국내 고래자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내 어업인들은 고래에 의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솎음포경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어업인들의 진술 이외에 고래가 어족자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어족자원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무분별한 남획이며, 이는 “지속가능한 어업(sustainable fishing)”으로 해결해야 한다.
2. 과학 조사에 대한 정확한 명분을 제시하라.
IWC의 모라토리엄 이후 과학연구를 위한 “조사포경” 명목을 내세워 포경을 강행하는 나라는 현재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1987년부터 만 사천 마리에 육박하는 고래를 포획했으나 고래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나 DNA 데이터를 발표한 바가 없어, 사실상 고래의 보존을 위해 연구를 허용하는 IWC의 방침을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또한, 고래 사체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DNA채취 후 남는 부분은 고래시장으로 유통되고 있어, 사실상 과학포경이 상업포경의 다른 이름임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고래를 죽이지 않고도 연구할 수 있는 “비살상연구방식 (Non-lethal research techniques)"을 채택하고 있다. 호주환경부가 제시하고있는 “비살상방식”에는 음향연구방법, 분자 연구 방법 (molecular), 유전자 분석, 위성 장치 부착 등을 이용한 다양한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첨부자료 참조) 최신기술을 이용한 비살상연구기술은 고래를 직접 잡아 죽이는 전근대적방식보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며 연구결과또한 더 정확하다는 것이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지어 호주정부에서는 한국이 고래를 연구기 위해 고래를 불가피하게 죽여야 한다면 한국 과학자들을 초청해 비살상 연구기술을 전수해주겠다는 발언까지 한바있다.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왜 고래의 배를 갈라야만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의 연구가 계획되어 있는지, 왜 현재까지 개발되어있는 비살상방식으로는 동일한 연구가 불가능한지 국제사회와 국민에게 밝힐 필요가 있다.
3. 이미 혼획을 가장한 불법포획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 수은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작년에 IWC에 신고된 밍크 고래의 불법 포획 23건 중 21건이 울산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영국 과학자인 더글러스 맥밀란에 따르면 세계 혼획의 3분의 1이 한국에서 일어난다.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에 어망에 “우연히” 잡힌 고래는 5200마리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으로, 이전부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은 10년 전 10곳 안팎에서 최근 80여 곳으로 늘어나는 등 고래의 식용화가 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체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수은중독과 고래고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여러 차례 연구결과로 발표된 바 있다. 수은을 포함한 폐기물은 물과토양을 오염시키고 생물 안에 축적된다. 바닷속의 수은은 플랑크톤에서부터 상위 포식 자로 갈수록 축적되어 가는데, 고래는 해양생물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1956년 일본 미나마타 시에서 유기수은에 오염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주민들에게 집단적으로 발생한 미나마타 병은 200명의 사상자를 냈고, 이들은 증상이 나타난 후 3개월 만에 사망하였다. 고래 포획으로 유명한 일본 타이지 지방의 주민들에게는 전국 평균의 4배에 달하는 수은이 검출된 바 있다.
이런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고래육 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 뻔한 과학포경을 개시하기로 한 것은 국민건강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농림수산부는 계획을 철회하는 것뿐 아니라, 어망을 개선하고 음향장치를 보급하는 등 혼획을 줄이고, 수은 중독 등 고래고기 섭취시 감염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과학조사를 위한 포경 개시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반생명적인 포경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국제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라!
2012년 7월 9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