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에버랜드, 누구를 위한 Enrichment인가?

보도자료

에버랜드, 누구를 위한 Enrichment인가?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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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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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몽키밸리가 화려한 홍보와 함께 개장을 하였다. 몽키밸리는 인리치먼트(Enrichment)라는 주 키워드로 만든 유인원류 테마파크인데 인리치먼트란 동물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어 그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와 같이 에버랜드는 동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몽키밸리 주변을 30분만 돌아보면 인리치먼트가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인지 동물을 위한 것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몽키밸리의 O-Tower 밑에 고인 더러운 물을 퍼 먹던 오랑우탄 이야기는 뒤로 하고 그 주변을 먼저 살펴보자면, 몽키밸리 주변 곳곳엔 수십개의 작은 새장들이 장식을 이루고 있었는데, 시원한 날개짓도 할 수 없을 비좁은 그 공간엔 여러마리의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이 한웅큼은 빠진 듯한 카나리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벽면에는 폭 60Cm는 될까 싶은 작은 쇼윈도우에 뱀, 고슴도치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잔득 끌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영세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던 안타까운 광경들이었는데, 한국 최대의 시설이라 자부하는 에버랜드에서 그 비좁은 공간에 동물들을 가두어 두고 호객하고 있다는 것은 좀 낯뜨거운 일 아닌가 싶다. 물론 동물원이 동물들에게 속박을 부여하고 있는 속성으로 볼때 그 어떠한 시설로도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영세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류의 속박을 동물들에게 가한다는 것은 속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한채 몇 걸음 더 지나가보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새들이 나무에 앉아 있는, 새가 자연과 가까이 하는 듯한 관람객들의 눈에 보기에 흡족한 모습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있게 살펴보면 그 새들은 마치 보이지 않은 창살에 가두어진 듯 앉은 자리에서 꼼짝없는 자세를 하고 있거나 행동반경이 매우 좁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날개의 깃털을 인위적으로 뽑아내어서 날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몽키밸리를 중심으로 주변을 한바퀴 돌다보면 아름다운 자태의 여우들도 만날 수 있다. 이 여우들의 집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도 험한 모습의 철조망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출방지를 위한 철조망이 보기에도 흉한 것은 인간의 입장일까 여우의 입장일까?


눈에 성가신 철조망이 거두어진 대신 여우는 전기 쇼크라는 두려움을 가진 채 행동의 제약을 받게 된다. 탈출방지를 위해 주변에 전기선을 설치해놓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추구하는 인리치먼트의 주 요점은 쇠창살도 없고, 투명한 통유리 또는 철조망 안에 갇히지도 않은 동물들을 위한 시설로써 동물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려하고, 그런 환경안에서 사람과 동물을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동물들에게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찾는 관람객들의 정서에 초점이 맞춰져 결과적으로는 동물들이 그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주제 안에 동물의 본질은 잊어버린 채 관람객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