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활동가 에세이] 열매를 향한 마음이 열 개도 넘지.

온 이야기

[✍️활동가 에세이] 열매를 향한 마음이 열 개도 넘지.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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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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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냄새가 코를 찌르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비좁고 숨막히는 지옥같은 곳에서 열매와 처음 만났다. 손바닥 만한 체구, 빼빼 마른 몸으로 사시나무 떨듯 바르르 떨고 있었다. 친구 개에게 의지하며 겨우 두려움을 버티고 있는 듯 했다. 정말 작은 몸이었다. 네 몸속에 정말 장기가 다 있는 게 맞니? 속으로 물으며 이토록 작게 만들어져 태어난 약한 개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했다.




열매는 다른 개들의 머리만하다. 말도 안되게 작은 개, 너무 작아서 쓰다듬는 일도 조심스럽다. 이 작은 몸으로 병원에서의 긴 치료를 이겨냈다.




온센터에 온 뒤, 열매는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 다른 개들의 표현이 거칠게 느껴진 듯하다. 조용한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해 보였다. 손바닥만한 개가 마음이 쓰여 낮과 밤, 모든 시간을 돌보기 시작했다. 함께 지내며 목격한 열매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개였다. 


열매의 짖음엔 자신감이 담겼다. 표현이 아주 확실하다. 배고플 때 가장 강렬히 짖고, 잠시 밖을 다녀오면 어디갔다 왔냐며 왕왕 큰 소리를 낸다. 앙칼진 목소리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린다.







열매가 특별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롤스를 유난히 좋아한다. 보이지 않아도 롤스는 찾아낸다. 겨우 손톱만한 작은 발로 살금살금 걸어 롤스 품에 안착한다. 그리고는 롤스의 뺨을 연신 핥으며 애정을 표현한다. 차분한 롤스가 마음에 쏙 들었나보다. 롤스도 열매가 싫지 않은 눈치다. 어쩌면 둘은 좋은 짝꿍이 될지도 모르겠다.





열매는 아직 두려운 게 많다. 머리부터 살며시 쓰다듬으면 곧 몸을 맡기지만, 자기 몸만 한 손의 기척이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작은 움직임에도 흠칫 놀라던 열매가 요즘에는 배를 훤히 보이며 기쁨의 춤을 췄다. 도톰한 이불에 등을 밀착하고 좌우로 흔들며 쏟아지는 사랑을 누렸다. 웅크려 몸을 숨기기 바빴던 작은 개가 당당히 열매가 되었다. 기쁘다.





매일 달라지는 열매의 순간이 소중하다. 속절없는 이별을 수차례 겪고 텅비었던 자리에 열매가 맺혔다. 안타까움에 말을 잃게 만들던 작은 개의 변화가 낭떠러지에 몰린 마음, 여럿을 구했다. 열매의 걸음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수북히 쌓였던 걱정이 잠시나마 걷힌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열매를 향한 마음이 열 개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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