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활동가 에세이] 롤스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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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에세이] 롤스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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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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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였던 바겐이가 떠난 뒤, 남겨진 롤스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바겐이의 평안과 남겨진 롤스의 현재를 응원해주신 많은 분 덕분에 롤스는 무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롤스의 시간을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바겐이와 함께하던 시간부터 지금까지, 롤스의 기록을 전합니다.





2024년 7월, 롤스와 바겐이가 석별했다. 올 여름은 유난히 잔인했다. 빈틈 없이 초록으로 채워진 생동감 넘치는 여름이지만, 마음은 꽁꽁 얼었다. 바겐이가 떠났고 롤스가 남겨졌다.

언제나 바겐이 옆에는 롤스가, 롤스 옆에는 바겐이가 있었다. 롤스는 늘 바겐이 옆에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딱 붙였다.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평온을 찾았다. 오랜 시간 봐온 활동가들에게도 곁을 내어주지 않던 롤스는 바겐이 옆에 있으면 다 괜찮았다. 바겐이 옆에서는 손으로 주는 간식을 받아 먹고, 가까운 거리에서 나누는 표현을 허락했다. 그정도로 바겐이를 의지했다. 정말 바겐이는 롤스의 든든한 안전지대였다.







롤스의 안전지대, 바겐이가 떠났다. 롤스는 괜찮을까. 평소 롤스는 온몸에 기분이 묻어있다. 특히 꼬리는 거짓말을 못해서 좋음을 숨기지 못한다. 롤스의 행복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뽀송한 새 이불을 꺼낼 때다. 저 멀리서부터 꼬리를 바짝 세우고 신난만큼 발끝에 힘을 준다. 눈을 번쩍이며 최고의 집중력으로 뜨거운 시선을 보낸다. 이불을 바닥에 내려놓으려는 찰나, 짧은 앞발을 세워 이불을 낚는다. 제대로 펴지지도 않은 이불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부비며 냄새를 잔뜩 묻힌다. 그리고 원하는대로 모양을 만들어 그 위에 자리를 잡는다. 동그랗다가 삐죽했다가 자유로운 모양의 이불은 롤스가 느낀 행복의 형태다.




(바겐이가 입원했을 때, 갑작스레 찾아온 방광염으로 혈뇨를 보기도 했었다.)




(롤스가 밥을 먹지 않을 때는, 좋아하는 쿠션에 뿌려주면 곧잘 먹곤 했었는데 바겐이가 떠난 뒤엔 밥을 거부하던 일도 있었다.)



그런데 바겐이가 떠난 뒤, 한동안은 그 형태를 볼 수 없었다. 새이불을 꺼내어 앞에서 흔들어도 시큰둥했다. 바스락 소리에 쫑긋하던 귀도,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살랑이던 꼬리도 잠시 볼 수 없었다. 종일 얼굴을 이불 속에 꼭 파묻은 채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밥은 잘 먹었지만, 이상하게 기운이 없었다. 롤스는 이별의 슬픔을 견디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롤스 옆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머리를 쓰다듬고, 털을 빗어주고, 말을 걸었다. 유난히 입이 짧은 롤스지만, 좋아하는 간식도 찾았다. 바겐이가 떠난지 어느덧 한 달, 롤스는 혼자서도 꽤 괜찮게 지내고 있다. 꼬리는 리듬을 되찾고, 발걸음은 경쾌해졌다. 잠도 어찌나 잘 자는지 꼭 바겐이처럼 드릉드릉 코도 곤다. 가끔은 바겐이가 온건가 싶을 정도로 똑같은 소리를 낸다. 귀를 쫑긋, 꼬리를 좌우로 흔들흔들하며 격렬히 반응하며 이불을 반긴다. 입으로 이불을 물고 요리조리 원하는 모양을 잡은 뒤 턱하고 앉는다. 좋아하는 간식을 줄 때면 우다다 뛰며 신나게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누나 활동가에게 엉덩이를 붙이기도 한다. 바겐이 만큼 든든할지 모르겠지만, 누나 활동가를 의지해보기로 했나 보다.







롤스가 괜찮다. 다행이다. 아침밥도 싹싹 깨끗하게 다 먹었다. 폭신한 쿠션에 몸을 돌돌 말아 넣고 휴식을 취한다. 당차게 꼬리를 들고 고요한 곳으로 향한다. 킁킁 냄새를 맡다가 마음에 드는 곳 앞에서 슬며시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눈다. 시원해진 몸만큼 빨라진 발걸음으로 토독토독 신나게 걷는다. 그리고 원하는 이불에 자리를 잡는다. 평범한 일상이 흐른다. 롤스의 평온이 그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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