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농장동물] 잔인한 생매장 방식의 살처분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농장동물

[농장동물] 잔인한 생매장 방식의 살처분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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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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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동물] 잔인한 생매장 방식의 살처분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첫 확진사례가 공식 발표된 지난 17일, 동물자유연대는 파주의 해당 농장을 찾았습니다. 방역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처분은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시 현장에는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방역상의 이유로 차단된 길, 그 너머 죽음을 앞둔 2400여 생명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단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서려는 순간, 사람을 가득 태운 미니버스 한 대가 방역저지선을 넘어 농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역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 뒤로 일반 고무장갑, 장화 따위의 물품들이 반입되었습니다. 제대로된 방역장비도 아닌 한눈에 봐도 저렴한 제품을 급하게 구해온 티가 역력한 제품들이었습니다. 산채로 생매장을 해버리던 몇 년전의 모습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의 살처분 현장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잔인하고 비인도적입니다.

 살처분 노동자들이 이동하는 사진 / 살처분에 사용될 장갑 등 물품 사진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살처분 현장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농장 마당에 허술한 가림판을 설치하고, 돼지들을 몰아넣은 후 비닐로 덮은 모습. 일부 돼지들은 쓰러져 있고, 일부는 아직 의식이 소실되지 않은 듯 서있는 상태로 보였습니다. 심히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동물들이 죽어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그 모습을 살처분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사진 출처: 뉴스1   

지난 2018년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에는 살처분 요령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SOP상 살처분의 원칙은 이렇습니다.“살처분은 동물종에 따라 전살법, 타격법, 가스법(이산화탄소 등), 약물 사용법 등 동물보호법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방법 중 현장에서 적용이 쉽고 신속히 완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시하되,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 동물의 즉각적인 의식 소실을 유도하고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절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그리고 가스법(이산화탄소 등) 시행시에는 ①동물의 이동이 용이하고, 장비작업이 가능한 장소에 살처분 물량을 고려하여 적당한 크기의 구덩이를 설치 ②동물 이동시 미끌어지거나 추락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구덩이안으로 이동할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돼지 20도, 소.염소 30도)를 설치 ③동물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구덩이 상단부에 비닐을 덮고 흙을 이용하여 밀봉한 후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 ④가스에 대한 반응이 약하거나, 의식을 회복하였거나 의식회복이 의심되는 개체는 보조장치나 약물 등 보조방법을 이용하여 죽음을 유도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장을 직접 참관할 수 없었으니 농식부의 행동요령이 실제 얼마만큼 지켜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사진등으로 볼 때, 구덩이를 파고 경사로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규정대로라면 구덩이를 설치하고 그 위에 비닐을 덮고 흙을 이용, 밀봉한 상태로 가스를 주입했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는 생략되었으니 사람들이 비닐을 움켜쥐고 동물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영상 원본 출처: 오마이뉴스

(기사 원문보기: https://bit.ly/2kQTShW)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스스로 정한 규칙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렇게 허술하게 하는데 빠른 의식소실후 죽음에 이르게 하는게 가능할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니나다를까 18일 저녁 오마이뉴스는 일부 돼지들이 산채로 생매장 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통해 “안락사 후 살처분 한다더니... 일부 돼지들 산 채로 매장”되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공기보다 무겁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2017년 10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살처분 매몰처리 작업자 건강관리지침’은 “살처분 시 사용되는 가스 중 이산화탄소 가스는 사람에게도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살처분이 끝난 후 피복한 비닐을 제거하고 30분 이상 충분히 환기 시킨 후 다음 작업을 수행”하고, 작업자에게는 ‘방독 방진 겸용 마스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저: OIE Pig container

이산화탄소를 사용한 살처분 시행시 구덩이를 파고 진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빠른 의식소실을 유도하기 밀폐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7일 파주에서 진행된 살처분은 이런 기본적인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로인해 동물들은 산채로 생매장 당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고, 살처분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그런 끔직한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해야 했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돼지 살처분시 가스를 사용할 경우, 콘테이너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살처분시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동물의 의식소실과 고통경감이 기본원칙임은 당연하고, 현장에서 고통받을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도적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는 살처분시 동물의 고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이산화탄소보다 질소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살처분방식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어왔고, 지난 2017년 강창일의원 발의로 살처분시에 질소를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농림식품부의 답변은 “(질소를 사용할 경우) 동물로서는 고통은 줄어든다”면서도 “10만 수 기준으로 해서 CO2로 하면 150만 원인데 질소가스로 하면 430만 원이 든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결국 이 법안은 폐기되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각 지자체마다 용역회사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1만여마리 돼지들이 무고하게 죽어갔는데, 살처분 사태를 이용,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는 무정한 세태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빨간 고무장갑, 비올 때 신는 장화, 작업용 목장갑 등 치사율 100%의 엄청난 전염성 질병과는 어울리지 않던 물품들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살처분 작업을 외주화하여 용역을 주고, 살처분 용역을 수주한 업체들은 값싼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저렴한 장비를 이용하여 이윤을 남기려다 보니 발생한 상황이라 짐작됩니다.

때로 수천만마리까지 산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살처분 정책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습니다. 특히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2017) 결과에 따르면, 살처분 집행에 동원되었던 전국 공무원 등 268명중 76%가 △기억의 회피 △부정적 감정 상태 △분노 폭발 △수면 장애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사 증상을 보였습니다. 우울 점수도 평균 14.99점(경우울증 10~15점)으로 높았는데, 23.1%는 중우울증(24~63점)을 앓고 있었습니다. 살처분 정책 시행 초기에 공무원들이 투입되었고, 이후 이 공무원들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문제되자 정부는 2014년부터 살처분을 ‘외주화’했습니다. 외주화의 결과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살처분에 동원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조치나 작업중 안전관리, 이후 심리적 고통에 대한 책임까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인 노동자를 구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한국인 노동자로 채우지 못한 빈자리는 이주노동자들이 메꾸게 되었습니다. 지난 17일 파주의 현장에서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목격한 미니버스의 실체는 이런 것입니다. 이번 살처분에 투입되어, 바로 눈앞에서 2400여마리 동물들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앞으로 또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할지,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동물자유연대는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중대한 전염성 질병으로 어쩔 수 없이 살처분을 시행해야 한다하더라도 최소한의 인도적 ‘선’은 지켜야 합니다. 그 ‘선’을 지켜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게 있습니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지침조차 지키지 않으며, 살처분을 외주화한채 국민 세금으로 용역비만 지불하고 수수방관하는 사이, 한국사회에서 생명의 존엄성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행복하지 못한 세상에서 동물도 행복할 수 없고, 동물이 불행하게 죽어가는 나라에서 사람의 삶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살처분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도적 지침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그럴때만이 생명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생명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