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오마이뉴스 기사! (펌)

사랑방

오마이뉴스 기사! (펌)

  •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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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7.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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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수입견종 비글 7월 11일 KBS 프로그램 '이영돈의 소비자고발'은 모란시장에서 애완견으로 알려진 견종들이 식용견과 함께 팔려나가고 있는 장면을 고발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애완견

3월 24일 서울시는 보신탕집 538곳에 대해 위생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개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에 포함되지 않아 도축해서 축산물로 판매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더군다나 서울시의 개고기 식당은 1984년 고시에 의해 혐오식품 영업행위 금지대상 및 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위생점검을 한 가장 큰 명목은 "시민들이 먹고 있기 때문에 먹을거리 안전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7월 15일 2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보신탕집에 대한 위생점검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이들 식당이 취급하는 개고기를 수거해 항생제와 중금속, 위해 미생물 등이 함유되어 있는지를 검사한다고 한다.

 

개를 축산물에 포함시킬 수도

 

언뜻 보면 음식물 위생을 점검하는 차원의 문제로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위생점검을 통해 일정한 기준이 만들어지면 축산물가공법에 개를 포함시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도축해 축산물로 만드는 동물을 하나 더 포함시킴으로써 동물권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축산물을 가공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정부예산과 인력이 더 늘어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다.

 

더군다나 개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생각하며 함께 살고 있는 동물이다. 모든 동물이 각각 자신만의 생태 특징을 가지고 진화해 왔기에 인간은 그 동물의 특징을 차별없이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애완견'과 '식용견'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나눈 기준일 뿐 그들 모두 생태적으로 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매년 끊임없이 개고기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는 것은 단순히 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 개를 먹는 문화에 대한 불편함이 있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개라는 동물의 특징을 이해해야 할 때이다. 개고기를 제도로 허용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국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모란시장 내 누렁이들 수입견종인 개들은 애완견이고 먹는 개는 식용견일까? 과연 이 구분은 가능하며 또 합리적인 것일까?
ⓒ 동물사랑실천협회
누렁이

개고기 합법화, 과연 현실적인가?

 

개고기를 합법화한다는 것은 축산물가공처리법에 개를 가축으로 포함시켜 소·돼지·닭과 같은 방식으로 사육하고 도축하며 조리하는 업소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기위생검사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는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여된다. 6월 18일 가락동 도축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축산물관리는 청과류와 달리 냉장·냉동 과정, 검역 위생검사 등을 거치는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결국 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싸게 많이 먹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고기를 합법화한다는 것은 이 과정에 개를 포함시킨다는 의미다. 과연 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브루셀라 등 법에 규정한 가축의 질병을 관리하는 데에도 쫓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개고기 합법화를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4월 15일 한 동물보호단체와의 면담에서 서울시 식품안전과 담당자는 "개고기가 법제화되면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산동물을 법으로 규정한다고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축산물을 가공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동물은 오직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축산물가공처리법과 별도로 동물을 윤리적으로 도축하도록 규정하는 동물보호법·도축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인간이 믿고 싶어하는 것과는 달리 소·돼지·닭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은 결코 윤리적이지 않다.

 

현대의 축산업을 흔히 '공장식 축산업'이라고 한다. 생산 시스템에 동물의 생태를 맞춘다는 의미다. 축산업 역시 근대 자본주의에 따라 동물의 생태를 철저히 무시한 채 더 많은 고기를 싸게 많이 생산하기 위한 방식을 고안한다.

 

  
축산물을 관리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까다로운 작업이다.
ⓒ 전경옥
도축장

 

집단사육으로 질병 확산... 살처분 보상금은 세금으로 충당

 

예를 들어 돼지는 사회성이 있고 후각 등 감각이 발달한 영리한 동물이다. 돼지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신이 잘 공간에서 가장 떨어진 곳에 배설을 할 정도로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코로 땅을 파서 유기물을 찾아먹는 습성이 있고 진흙목욕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에서는 효율적으로 돼지를 관리하기 위해서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는 시멘트 바닥이 필요하고 스트레스로 서로 꼬리를 물어뜯지 않게 하기 위해 마취 없이 꼬리와 이빨을 자르는 작업이 추가된다. 운동량을 줄이기 위해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야 하니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쉽게 발생한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은 일상화됐고, 수천 마리의 동물을 집단사육하게 되니 질병이 확산되면 집단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따른 보상금이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예전보다 싸게 축산물을 먹고 있지만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세금이 새어나가는 추가비용은 계산에 넣지 않는 것이다. 자연 수명의 20분의 1도 채 채우지 못하고 도축장으로 가는 돼지들은 평생 운동을 해본 적이 없으니 걸음조차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축장 직원들은 빠른 시간 안에 돼지들을 도축장으로 밀어넣어야 한다. 전기봉과 몽둥이 등이 사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고기를 합법화하면 이 과정에 개를 포함될 것이다.

 

  
돼지사육장 안. 진흙목욕을 하지 못하는 돼지들은 자신의 배설물을 묻혀서라도 체온을 조절해야 한다.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돼지들에게는 매우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돼지
  
열악한 환경에서 병들어 폐사한 아기돼지.
ⓒ 동물사랑실천협회
돼지

 

개에게도 광우병과 같은 질병 발생할 수도

 

오랫동안 축산동물로 취급받아온 돼지조차 자신의 생태 습성을 간직하고 있는데 개는 어떨까. 과연 개를 돼지와 같은 축산동물로 취급해도 괜찮은 것일까.

 

실제로 몇몇 나라에서는 개를 먹는다. 하지만 현재 개를 돼지나 소처럼 법으로 규정해 도축해 먹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왜 그럴까.

 

개는 이빨이 날카롭고 몸매도 날렵하다. 또한 짖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런 생태 습성은 애초에 먹기 위해 개량된 동물이 아니라는 증거다.

 

또한 개는 서열의식이 분명해 집단으로 좁은 공간에 사육하면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 마리씩 가두는 개사육장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성이 있는 개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독방에 갇힌 사람의 고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개는 집단사육하기에 적당한 동물이 아니다.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서, 개의 배설물이 철장 사이로 떨어지게 만든 땅에서 떠있는 개장을 가리키는 '뜬장'은 오직 배설물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한 곳일 뿐이다. 철제로 만들어졌고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뜬장에서 개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발가락이 갈라지기도 한다.

 

동물약품도매상에서 흔히 살 수 있는 항생제는 개 농장주가 제한없이 사용하고 있다. 개들이 먹는 잔반은 사람들이 먹다남은 음식을 끓여 만든 것인데 개를 먹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그 안에 개고기가 들어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소가 소를 먹어 생긴 광우병. 개에게도 그런 질병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돼지보다 개를 더 대우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돼지와 개는 현재 처지가 다르다. 따라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개를 돼지처럼 합법화하기 어렵고 이 작업이 비합리적이라면, 당연히 개의 도축·조리·섭취를 줄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금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이다.

 

개고기 합법화 정책, 불안전할 수밖에 없어

 

여기에 서울시 위생관리의 허점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4월 18일 한 동물보호단체와의 면담에서 개고기가 합법화되면 개사육이 늘어나고 항생제 사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유해성분 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수긍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 스스로 개고기 합법화에 난색을 표명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시민의 반대로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건의안 추진이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서울시 정책의 불완전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럽의 농장동물을 위한 복지운동은 1990년대 광우병이 발생하고부터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효율성을 위해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무시한 결과 무서운 질병이 인간을 덮쳤기 때문이다.

 

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뿐만이 아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리스테리아·살모넬라균·캄필로박터·0157식중독균의 주 발생지는 동물성식품이다. 1996년 9500명 이상의 환자와 3명의 사상자를 냈던 0157식중독균은 원래 소에게 존재하던 균이 아니었다. 소에게 풀을 먹이지 않고 항생제나 합성항균제를 섞은 곡물사료를 주자 쇠똥에서 검출된 것이다.

 

캄필로박터의 주오염원은 닭의 분비물이 떨어지는 바닥 쓰레기다. 우리는 유럽에서는 이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데 반해 미국 육류의 70%가 감염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축에게 넓은 공간을 허용해 사육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캄필로박터와 살모넬라균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

 

이에 반해 공장식 축산업의 대표격인 미국에서는 끊임없이 감염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끊임없이 육류제품 회수 사태가 벌어지는 미국 축산업 방식이 공장식 축산의 원조격이고 대부분 국가가 이를 채택해 왔다면, 우리는 이제 근대식 축산업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동물을 이 대열에 편입시키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방향일까?

 

  
한 개농장의 불법건축물. 이 축사는 온 산을 뒤덮고 있어 축산업의 확장이 곧 환경을 파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 전경옥
개농장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고안된 뜬장. 개들에게는 몸을 편하게 누울 수 없는 공간이다.
ⓒ 전경옥
뜬장

                

'이윤' 위해 과도하게 착취당하는 동물들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단체가 만들어진 영국에서 동물보호운동이 촉발되었던 계기는 무분별한 동물실험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근대사회에서 가장 선진국이었던 영국은 일찍부터 과학이 발전했고 따라서 동물실험도 가장 광범위하게 했다.

 

각국의 동물보호운동은 그 나라가 처해있는 문화와 환경·제도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모든 국가의 공통된 특징은 다름 아닌 인간에 의해 과도하게 착취당하는 동물과 인간의 이윤만을 위해 이용당하는 동물에 대한 동정심과 윤리 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근대화는 산업시스템 안에 동물을 끌어들였지만 동시에 과학의 발달로 동물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도 마련했다. 과학발전은 동물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동물 역시 자신만의 문화와 사회성을 가지고 있으며 고통을 느끼며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 역시 밝혀냈다.

 

인간만이 지구의 중심이라는 사고가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동물학대를 낳았다. 이런 사고를 반성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수와 종을 늘리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다.

 

한국은 아직 서구만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고 미국만큼 산업시스템이 거대하지도 않다. 도시화와 핵가족화의 발달로 동물과 감정을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반면 개를 먹는 문화도 동시에 잔존해 있다.

 

따라서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개고기문제가 동물보호의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동물의 생태를 무시한 산업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우리 먹을거리 문화가 과연 괜찮은지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아가야 한다.

 

음식문화에도 이제 윤리 평가가 필요하다. 개를 먹지 않을 권리가 있는 동시에 개를 먹을 권리 역시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만의 욕구와 권리만을 추구하는 존재는 아니다. 때로는 사회 합의에 따라 좀더 이타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다.

 

합법화가 불가능하다면 과감히 접을 필요가 있다. 전통이 사라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는 개고기말고도 건강하고 환경과 친한 전통 먹을거리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개농장
ⓒ 전경옥
개농장



댓글


이경숙 2008-07-17 17:24 | 삭제

전경옥기자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