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아있는 가재를 뽑는 기계가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기계에 대한 논란은 2001년부터 있었습니다. 당시 동물단체와 환경단체들은 동물뽑기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이 문제는 2006년 동물보호법 개정 당시 중요한 논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상 보호의 대상이 되는 동물의 범위를 정할 때 일반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신경계통이 발달한 척추동물입니다. 따라서 가재같은 갑각류, 지렁이 등의 절지동물이나 곤충류 등이 포함된 무척추동물은 고려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무척추동물 중 일부는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고 또한 무척추동물이라도 사회적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락거리들이 등장함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이에 2006년 동물보호법 개정 당시 동물보호활동가들은 모든 척추동물을 보호의 대상으로 삼되 곤충, 갑각류 등도 향후 농림부령 등 하위법령을 통해 보호의 대상으로 삼도록 요구했습니다. 결국 농림부령을 통해서만 동물의 범위를 정하려고 했던 농림부 안과 절충, 개정 동물보호법 상의 동물은 척추동물 중 포유류와 조류, 그리고 파충류, 양서류, 어류 중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쳐 정하는 동물로 규정되었습니다.
즉 곤충과 가재같은 갑각류는 개정 동물보호법 상의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8조 3항과 시행령 16조 2에 근거, 가재뽑기 게임기는 모두 불법이며 이에 대한 단속은 각 지자체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불법게임물에 대한 단속일 뿐 살아있는 생명을 오락거리로 만드는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은 아닙니다. 주목할 점은 가재뽑는 게임기가 그 동물에게 어떤 고통을 초래할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도 살아 있는 생명을 한낱 장난감으로 이용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무감각함과 잔인함으로 비춰진다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법이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을 규정하여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생명의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동물보호법 제 1조)을 목적으로 한다면 고려의 대상은 동물의 고통뿐 아니라 동물을 함부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규제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무척추동물을 이용하는 행위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 18조 동물학대행위의 적용제한 조항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제 2조제1호의 규정에 따른 가축을 식용목적으로 도살하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즉 산업적 용도로 이용하는 동물은 쉽게 동물학대규정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 4항에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른 조치를 하는 경우’라는 조항을 두어 또 다른 예외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에 적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법률 축산법의 하위법령 시행규칙 2조에는 가축의 종류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축산법상 가축에는 노새 당나귀 오리 뿐 아니라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로 농림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동물’을 포함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2004년 농림부 고시를 통해 오소리, 뉴트리아, 타조, 꿩, 지렁이는 이런 과정에서 농가소득을 위한 가축이 되었습니다.
그간 곤충사육농가가 곤충을 가축으로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해왔던 것은 농림수산식품부 고시를 통해 가축으로 분류되어야 농업농촌지원법이 규정한 금융지원이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곤충을 이용한 산업화로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 이면에는 무분별한 동물이용으로 인한 폐혜가 있습니다. 지방자치활성화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함평나비축제의 프로그램에는 곤충의 성충/유충 만져보기, 새총쏘기, 장수풍뎅이 힘겨루기, 미꾸라지 잡기 등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잡고 재료로 이용하고 오락거리로 전락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곤충산업의 확산은 늘어나는 공급으로 인해 곤충을 쉽고 저렴하게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곤충 전체 산업의 규모는 연간 1000억원 정도이며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애완용 곤충의 국내시장 추산 규모는 11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애완동물의 과잉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충동적 구매와 책임감 없는 무분별한 동물사육이 어린이의 정서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그 생태적 습성이 미처 일반인에게 알려지기도 전에 다양한 동물 종을 애완화하여 판매한다면 해당동물이 습성이 맞지 않는 사육환경에 방치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각종 산업화가 발달하고 있는 시점에 곤충, 가재 등 무척추동물들은 이용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법적 미비로 인하여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한다면 이는 그 사회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보호대상동물을 척추동물로 한정하고 그 중에서도 파충류와 양서류 어류 등은 행정기관장과의 협의를 통해서만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동물보호법은 다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 글은 2009년 2월 18일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게재한 후 재정리한 것입니다.>
2009년 2월 19일
동물자유연대(AFK)
*문의: 동물자유연대 전략기획팀 전경옥 팀장(gailjun@animals.or.kr/02-2292-6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