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 검은 개에게 사랑을!('검은 개 증후군'을 다시 사유하다)

온 이야기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 검은 개에게 사랑을!('검은 개 증후군'을 다시 사유하다)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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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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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사 포토 에세이 3편 ‘검은 개에게 사랑을!’ / '검은 개 증후군'을 다시 사유하다.

*해당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기사 링크: http://omn.kr/1oegu)

*이번 에세이에서는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에서 사진 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의 인터뷰도 담겨있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 두유 ▲



‘검은 개 증후군'(Black dog syndrome or Big black dog syndrome)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검은 개 증후군’이란 검은 색 털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2000년대 초반 영미권 동물 보호소에서 유래했습니다. 보호소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검은 개가 밝은색 털을 가진 개보다 입양 전까지 보호소에 더 오래 머문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가설 중 하나는 검은 개가 나쁜 징조를 나타낸다는 미신의 영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 뚜이 ▲



실제로 오래전부터 지역과 시대에 따라 검은 동물은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거나 부정적인 존재로 취급되곤 했습니다. 한국 미신 중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평생 지녀온 우울증을 검은 개에 비유하며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평생 검은 개와 살았다.” 이 외에도 “검은 개의 형상을 한 유령은 죽음을 상징한다”라는 등 문학과 설화에서 검은 개는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졌습니다. 이후 블랙 독(black dog)이라는 말은 단순히 ‘검은 개’라는 의미를 넘어 ‘우울증’, ‘낙담’이라는 사전적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검은 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굳어졌습니다.




▲ 부영이 ▲



검은 개 증후군은 허상이다? 


한국에서도 언제부터인가 ‘검은 개 증후군’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개 증후군”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여러 매체에서 '검은 개 증후군'에 대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색 털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이 검은 개 증후군이다’, ‘검은 개 증후군으로 인해 검은 개는 입양이 잘 안 된다’’라는 규정으로 세상에 수많은, 서로 다른 검은 개의 삶을 이야기 하기에는 삶의 모양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어떤 말과 담론은 편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검은 개 증후군으로 세상 모든 검은 개를 대표하거나 주목해서는 안 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사용된 '검은 개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2020년 한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주목해야 하는지 다시 사유해야 합니다.




▲ 깜비 ▲

 


2016년경 대학 교수이자 동물 행동학 박사인 호프만은 실제로 검은 개에 관한 생각과 입양률이 관련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호프만은 미국의 두 동물 보호소의 16,700마리 개에 대한 4년간의 입양 기록에서 색, 나이, 성별, 품종을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검은 개 증후군이 신화임을 증명했고, 실제로 그 자료는 검은 개들이 다른 색깔의 개들보다 보호소에서 입양 전 머무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보호소는 3만 마리의 개 중에서 검은 개들이 다른 개들보다 입양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뉴욕의 한 동물 보호소에서도 검은 개들은 다른 개들보다 입양되기 전까지 보호소에서 더 짧게 머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반도 ▲

 


2012년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 보호소 연구 부사장 에밀리 와이즈 또한 검은 개에 대한 편견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개를 인식할 때 품종이 색깔보다 훨씬 중요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려견 입양 시 가장 우선시하는 고려 사항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사람들은 색깔에 상관없이 품종 있는 개를 원한다.

2. 몸집이 크건 작건 사람들은 그들의 집과 생활 방식에 맞는 개를 원한다.

3. 나이가 어린 개를 원한다.

4. 다른 요소들이 고려된 후 색깔에 근거하여 개를 선택하기 시작한다.

 

개의 색깔이 입양 시 고려 사항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었습니다.




▲ 정이 ▲

 


그렇다면 '검은 개 증후군'은 허상인 걸까요? 답은 모든 검은 개에게 적용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한때 슈나우저, 블랙 푸들, 블랙 리트리버, 닥스훈트, 치와와 등이 유행한 것처럼 한국 또한 품종 있는 개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Black dog syndrome'을 'Big Black dog syndrome'이라고도 부르는 것에서 '검은 개 증후군'은 덩치가 큰 중·대형 믹스견에게 향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검은 개 증후군’은 품종을 선호하는 문화와 외모지상주의의 변형된 형태가 아닐까요?




▲ 퐁이 ▲



물론 한국의 경우 주거 형태와 관련된 공간적인 맥락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 다세대 주택입니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 대형견과 함께 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만연하기에 동물자유연대에서도 대형견 입양자 심사는 더욱 까다롭게 진행합니다. 대형견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에 보내는 사례는 이미 흔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제인이 ▲

 


하지만 분명 검고 큰 개에 대한 편견은 존재합니다. 리트리버, 허스키 등 품종 대형견은 다양한 매체나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면에 검고 큰 믹스견은 잘 이야기되지도, 보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온 센터 대형견사의 검은 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에게 입양 문의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검은 개뿐만이 아닙니다. 진도 믹스견의 국내 입양은 1년에 0건이거나 1~2마리 정도로 통계를 낼 수 없을 만큼 척박합니다. 동물자유연대가 협력단체와 함께 진도 믹스견의 해외입양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흑돌이 ▲

 


동물 보호소의 진도 믹스견(중·대형 믹스견)에게는 입양의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중·대형 믹스견이 검은색 털을 가지고 있다면 입양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저 색깔과 품종 때문에 비롯된 편견 속에서 이들의 삶은 더 외롭기만 합니다. 검은 개의 입양을 희망하는 이가 없다는 것보다 안타까운 것은 검은 개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잘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한나 ▲



Black is the new black!

 

‘is the new black’은 새로운 유행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시대별로 유행 견종이 현존하는 한국에서 "검은 개가 최고다!"라고 외치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 개는 ‘검은 개 증후군’으로 이야기되거나 품종이 있는 검은 개만이 주목받아 왔습니다. 늘 주목받지 못한 존재, 검고 큰 믹스견. '검은 개 증후군'이라는 말에 갇혀 검은 개의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한 건 아닐까요? 세상의 검고 큰 믹스견들에게 작은 관심이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외칩니다. 검고 큰 개, 최고 멋있다!


또한 노래, 영화, 소설 등 문화예술에서 검은 개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기존의 묘사 방식 또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미신은 편견을 낳았고, 편견은 '검은 개 증후군'을 만들어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미신은 소문에 소문을 더한 것뿐입니다. 이제 진부한 사고방식은 버리고 검은 개가 얼마나 멋진지 소문내주시겠어요?




▲ 희망이 ▲

 


편견의 벽에 균열을 낼 때


마지막으로 온 센터의 검고 큰 믹스견들의 사진을 통해 이들이 외모로만 이야기될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검은 개’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이들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에 담긴 표정과 행동에 한 마리, 한 마리가 지닌 성격, 감정 표현, 개성이 나타납니다.    

 

개는 사람을 바라볼 때 무엇을 먼저 느낄까요? 어떤 색깔도 모양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느낍니다. 어떤 색깔이나 모양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반갑거나 두려운 마음 등으로 당신에게 감정을 표현합니다. 동물 입양 시 어떤 품종과 색을 가진 동물인지 고려하기보다 개개 동물의 특성과 개성을 먼저 바라봐주세요. 크고 검은 개에 대한 편견의 벽. 여기에 균열을 낼 때 우리는 훨씬 다양한 아름다움을 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한나 ▲



한 마디 인터뷰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에서 '포토'를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에게 대형견사의 검은 개에 대한 특별한 감상이나 마음을 물어봤습니다. 




▲ 반달이 ▲



"누군가 저에게 온센터에서 가장 애정하는 개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검은 개 '반달이'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불러줄 겁니다. 반달이는 검고 붉은색의 털을 가진 몸무게 12kg의 중·대형견입니다. 중·대형견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입양이 힘든데 슬프게도 검은 개 증후군에도 해당됩니다. 게다가 반달이는 신경성 장애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살쯤에 생긴 신경 증상으로 반달이의 얼굴은 늘 한쪽으로 기울어져있습니다."




▲ 반달이 ▲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달이는 기분이 좋으면, 특히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어쩌면 손길에 담긴 사랑이 반달이에게 작은 기적을 일으켜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검은 개 증후군이라는 기울어진 시선, 검은 개에 대한 편견도 반달이의 기울어진 얼굴 같지 않을까요? 작은 사랑의 손길만으로도 반달이의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검은 개 증후군도 바로잡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달이도 완전한 사랑의 손길을 보내주는 가족을 만나 더 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봅니다."




▲ 반달이 ▲



*다음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에서는 이번 한 마디 인터뷰에 이어 온 센터 대형견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고 있는 최민 활동가의 인터뷰로 만나뵙겠습니다!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 1편 ‘사진으로 만나는 온 센터 대형견’ 보러가기

대형견사 포토 에세이 2편 ‘내가 여기 있다는 울음’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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