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키, 울리 ▲
온 센터에서는 대형견사 담당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대형견사를 가로질러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세탁실과 창고, 노견정으로 가는 길이 대형견사를 가로질러 있기 때문입니다. 낯선 활동가가 지나갈 때마다 대형견사 동물들은 문에 매달리고 뛰며 짖기 시작합니다. 그런가 하면 지나가는 활동가를 조용히 눈빛으로 따라오는 개들도 있습니다.
▲ 보리 ▲
그럴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곤 합니다. 한 번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에 매달리는 행동과 짖는 울음도, 따라오는 눈길도 사실 곁에 와달라는 것일 텐데..’ 내심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백 마리 동물들이 짖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개들의 흥분도가 높아져 같은 방을 쓰는 동물들끼리 다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대형견사 동물들의 울음을 모른 척하기 바빴습니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대한 대답이 지나가는 침묵으로 남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진구 ▲
물론 온 센터에 울려퍼지는 울음 속에는 두려움이나 경계가 섞여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당신이 궁금하다’는 울음이 있다는 것을요. 늘 안전을 위해서라 생각하면서도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듯한 울음 소리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 코니 ▲
가끔 견사 한 곳에 들어갑니다. 지나쳐갈 때는 우렁찬 소리로 짖다가도 견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개들은 꼬리를 살랑이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반겨줍니다. 겁이 많은 개는 코 끝으로 천천히, 사람을 좋아하는 개는 커다란 몸으로 커다랗게 사랑을 표현합니다.
▲ 알비 ▲
“월월”
문 밖 너머로 지나가는 당신이 그대로 지나치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1년 기준 대형견 입양률 1%인 현실에서 이들은 얼마나 사랑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할까. 사람의 손길 한 번을 기다리는 기대감과 똑같은 양만큼의 외로움이 밀려들지는 않을까.
▲ 보리 ▲
길을 걷다보면 이제 막 3~4개월 되어 보이는 어린 중대형견을 종종 봅니다. 시바견, 사모예드, 리트리버 등등.. 커다란 발바닥으로 산책하는 강아지가 귀엽기도 하지만 그보다 ‘저 개는 어디서 왔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저들의 모견은 어디 있을까, 괜찮을까. 그리고 온 센터 동물들을 떠올립니다. 온 센터 대형견들도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산책길을 느껴볼 수 있을까. 견사 담벼락 너머, 보호소 너머의 세상을 알 수 있을까.
▲ 차오 ▲
비가목스 2020-05-21 21:16 | 삭제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