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Animal Home Essay] 의지대로 움직이는 자유가 개를 살게 한다.

온 이야기

[Animal Home Essay] 의지대로 움직이는 자유가 개를 살게 한다.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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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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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Home Essay>


의지대로 움직이는 자유가 개를 살게 한다. 

평생 짧은 줄 묶여 살던 시골개들

우연히 줄 풀려 신나게 달려 본다

그 환한 웃음꽃을 잊을수가 없다


-글. 윤정임 센터장 



굶어 죽은 개가 즐비한 번식장에 갇혀 살다 구조된 레트. 구조 이후 레트의 긴 다리는 존재의 이유를 되찾았고, 달리느라 바빠졌다.

“약간만 으슥한데 보면 줄이 요마하게 짧은데 묶끼가 있는 개들 억수로 많다.”

“맞다. 과수원 같은 데 가면 개집도 없고 나무에 묶끼가 눕지도 몬하고 진짜 불쌍하다.”

고향 친구들은 동물보호활동가인 나를 만나면 짧은 줄에 묶여 사는 가여운 개들에 대해 한탄한다. 이런 개들은 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동물보호시설인 ‘온 센터’가 있는 시골 마을의 개들도 대다수 묶여 지낸다. 1년 내내 묶여 있는 자리는 고정인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자리다. 3개월가량 보아 온 백구가 있었는데, 개집도 없이 길가에 묶여 살았다. 낯선 사람과 자동차가 지나가면 동네가 떠나가라 위협하며 짖어서 ‘녀석, 사나운 성격이구나’ 생각했었는데, 관심 있게 지켜보니 백구는 겁이 많았다. 해코지를 할 수 없는 먼 거리에선 위협하며 짖어댔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꼬리를 아래로 잔뜩 말고 얼굴을 숙인 채 오들오들 떨었다.

아침 출근길, 동네 초입에 웬 하얀 백구가 다른 개와 어울려 사방팔방 토끼처럼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덩치 큰 녀석 폼이 정말 토끼처럼 깡충깡충, 나조차도 덩달아 신이 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길가에 묶여 지내던 백구다. 저렇게 밝은 개였구나… 백구는 이내 주인에게 붙들려 원래 있던 자리에 묶였고, 며칠 뒤 야밤에 개장수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줄이 풀려 달려 다니던 그 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얼굴 가득 웃음꽃 피웠던 백구의 모습은 가슴 깊숙한 곳 박혀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도 온 센터 초입에 있는 마을 개를 챙겨주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서 묶여 있지 않아도 되는 견사를 지어 주지 않았다면, 목줄에 매여 살았을 것이다. 이 개도 겁이 많아 대부분의 시간을 개집 안에서 얼굴만 내밀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견사 문이 열린 틈에 잽싸게 탈출한 적이 있는데, 예전 길가에 묶여 있던 백구처럼 환한 웃음을 봤다. 우리가 살면서 언제 저렇게 욕심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생각되는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주인을 불러 개를 붙잡은 뒤 견사 안으로 들여 보냈다. 차도가 지척인데 강아지일 때부터 묶여 있고 갇혀만 지냈기 때문에 도로로 나가면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묶여 지내던 진돗개. 구조 이후 예쁜 웃음을 되찾았다.

네팔에 갔을 때였다. 수도 카트만두에 머물렀는데, 과장 좀 보태 거리의 개들이 10m마다 한 마리씩 있을 정도로 넘쳐났다. 주인이 있는 개들은 목에 버클을 차고 있었고, 대부분 개는 떠돌이 개였다. 인도와 차도의 구별이 없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카트만두의 개들은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했다. 누워 쉬는 자리 바로 옆으로 차가 쌩 지나가도 의식하지 않았다. 익숙한 삶이었다. 사람들도 개들을 신경 쓰지 않고, 개들도 그랬다. 카트만두의 개들은 누추하고 배고픈 삶을 살고 있었지만, 네 다리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고 있었다.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는데, 동남아 국가 대부분의 개도 네팔의 개들처럼 주인이 있든 없든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아 미리 겁을 내고 위협하며 짖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적도 부근 열대 국가의 개들은 한낮에는 얼굴 보기가 어렵다. 나무 그늘 차지하고 한없이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시원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이 나무, 저 나무 맘에 드는 장소를 탐색하고 찜 하면 그곳이 그날 쉴 집이다.

여행지에서의 단편적인 모습으로 네팔과 동남아 개들의 속사정을 모두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자유에는 배고픔이 뒤따르지만, 한국에서 묶여 살며 방치 사육되는 개들은 배도 고프고 자유도 없다. 목숨을 유지할 정도로만 주어지는 먹다 남은 음식쓰레기와 추위와 더위, 다른 개들과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성까지 차단당하며 외롭고 고단한 시간에 갇혀 있다.

네팔에서 만난 개. 사람들이 오든 가든 개의치 않고 달게 잔다.

베트남에서 만난 개. 쏜살같이 바다로 뛰어들더니, 백사장을 한 바퀴 돌고 올라와 숨을 고르고 있다.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여 소유자의 사육 관리 의무 구체화와 처벌 규정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9년 ‘열악한 사육환경’에 대한 제보는 동물자유연대 동물학대 제보 중 1위를 차지한다. 동물학대 범위를 ‘죽음에 이르러야만’과 같은 한정적인 상황이 아닌 ‘3m 미만 줄에 하루 10시간 이상 묶어 키우거나’ 등 예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동물자유연대 온 센터 개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 시간.


온 센터에서 생활하는 바니는 낮잠 잘 공간을 스스로 선택하는데, 매일 다르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의지대로 움직이며 산다.

개의 특성에  따른 돌봄과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어야 개를 키울 수 있다는 의식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야 한다. 죽을 때까지 묶어 키우고 가둬 키우는, 개가 겪는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려 없이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줄어야, 태어남이 곧 고통인 개의 수도 줄일 수 있다. 토착화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생명을 유린하는 방치 사육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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