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Animal Home Essay] 학대 시달리다 구조돼도 입양확률 1%, 진도혼혈견의 수난

온 이야기

[Animal Home Essay] 학대 시달리다 구조돼도 입양확률 1%, 진도혼혈견의 수난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 /
  • 2020.04.14 16:03
  • /
  • 1468
  • /
  • 2



<Animal Home Essay>


흔하다는 이유로 버리고 때리고...진도혼혈견의 수난  

학대 시달리다 구조돼도 입양확률 1%. 코로나 탓에 국외입양길도 막혀


-글. 윤정임 센터장 




2019년 여름, 개 도살장에 끌려가다 극적으로 구조되어 ‘대박이’이라는 이름을 얻은 황구. 현재는 캐나다로 입양 가 새로운 견생을 살고 있다.



동물학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개들은 흔히 백구, 황구, 흑구로 불리는 진도혼혈견이다.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하여 보살피는 350여 마리 개들 중 50%를 차지한다. 진도혼혈견은 작은 개장에 갇혀 비참하고 짧은 생을 사는 식용 개 농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시골에서도 흔한데 주로 열악한 곳에 묶여 음식쓰레기를 먹고 산다. 번식력이 좋아 한번에 10마리 이상 새끼를 낳기도 한다. 이 집, 저 집, 이 마을, 저 마을로 보내진 새끼들은 어미 개의 비루한 삶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진도혼혈견은 도심에서부터 산골 골짜기까지 전국 방방곡곡 없는 데가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눈을 돌리면 이 개들의 삶은 참으로 가혹하다. 겨울엔 찬바람이 매서운 자리에 묶여 꽁꽁 언 음식쓰레기로 연명하며, 여름엔 목이 마르고 더위에 지쳐 쉴새 없이 헥헥거려도 주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무 그늘이 천지인데 한 번 정해진 자리에서 사계절을 나고 해가 바뀌면 개장수에게 팔려가고, 운이 좋아봤자 변함없이 그 자리에 묶여 살거나 다른 집으로 보내진다.



주인의 손에 의해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 가던 대박이. ‘앉아’, ‘손’은 기본으로 하던 영리하고 순한 황구였다.


진도혼혈견은 상대적으로 수가 많고 어렵지 않게 구하고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만성적인 방치 뿐 아니라 주인의 화풀이 대상으로 잔혹한 동물 학대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2017년 인천 서구에서 야산 나무둥치에 묶어 키우던 진도혼혈견 7마리의 경동맥을 칼로 그어 학대한 사건이 있었다. 개들의 주인은 이웃과의 불화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질렀고 5마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출혈이 심하지 않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2마리 개들은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돌보고 있다.

이밖에도 담벼락에 매달린 채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복남이, 삽에 맞아 턱뼈가 부러진 새아, 옥상에서 내던져 진 호순이, 오토바이에 끌려가며 전신에 상처를 입은 왕구까지…. 진도혼혈견인 이 개들은 구조되기 전 주인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하찮은 물건과 다름 없었다.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 구조되어도 진도혼혈견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대부분 동물보호소에서 산다. 그나마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진도혼혈견은 극소수로 운이 좋은 개들이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반려동물인구가 천만이 넘었지만 최소한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진도혼혈견이 전국적으로 수십만 마리에 달하기 때문이다.


야산에 묶여 제대로 된 보살핌 한 번 받지 못했던 가여운 개들은 죽음마저도 처참했다.

나는 지난 3월, 한국 내 입양이 매우 저조하여 외국으로 입양을 가야하는 중소형 혼혈견의 해외 입양에 관한 칼럼을 썼다.(관련 기사▶▶떠돌이 개 가나다라의 가족찾아 삼만리) 중소형 혼혈견의 입양률도 낮지만 대형견종인 진도혼혈견은 1%대로 국내 입양이 전무하다.

동물보호소엔 구조한 동물들이 넘쳐나고,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진도혼혈견은 입양이 되지 않아 이들의 삶의 질은 구조 후에도 팍팍하다. 결국 많은 수의 진도혼혈견을 해외로 입양시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뿐 아니라 개인이 구조를 하게 되어도 대형견이기 때문에 실내 보호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구조자가 이미 집에 키우는 동물이 있거나 개를 키우기 힘든 환경인 경우, 동물을 임시로 맡아 줄 위탁보호소를 알아봐야 하는데 자리도 부족하고 20만원이 넘는 월 보호비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구조자들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경쟁도 심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해외 입양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인의 상습적인 구타로 턱뼈가 부러지고 앞다리가 꺾인 백구 새아의 구조 직후 모습(왼쪽). 캐나다로 입양 가 난생 처음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현재 진도혼혈견이 있는 그대로 존중 받고 살 길은 해외입양이 가장 빠른 답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진도혼혈견이 주로 입양 되는 캐나다와 미국으로의 출국길이 막혔다. 어렵게 기회를 찾아 입양 대기중이던 개들은 불안정하게 표류하고 있다. 구조를 앞둔 수많은 진도혼혈견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들어 갔다.

주인의 손에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던 대박이는 작은 동물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착한 개였다. 반려동물의 가치는 품종, 가격, 외모로 사람들이 정해 놓은 규격이 아니라 품성에 있다. 진도혼혈견의 가치를 외국에서 알아주는 것이 안타깝고 세계 1위 ‘유기되고 학대 당한 동물 수출국’ 타이틀이 코앞인 것이 부끄럽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