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는 2022년도, 울진의 산불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요청으로 구조되었습니다.
당시 함께 구조되었던 개들은 전부 새로운 가족을 찾았지만 루시만이 온센터에 남아 묵묵히 따뜻한 가족의 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루시는 여전히 겁이 많고 소심합니다. 낯선 사람들이 오면 왕왕 짖기도 하고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어딘가로 숨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천천히 마음을 열어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개들처럼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리진 않지만, 루시는 루시만의 방식으로 믿음과 애정을 표현합니다. 묵묵히 활동가의 뒤를 지키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으로 좇습니다.
루시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온센터 입소 당시 모든 것이 두려워 창틀에 머리를 묻고 있었던 루시였지만, 활동가들과 꾸준한 교감 활동 덕분에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 나아가, 이제는 세상 밖을 좋아합니다.
산책 시간이 다가와 활동가가 리드줄을 들고 오면 루시는 총총 달려오며 신난 발걸음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책상 밑에서 눈치를 보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지만요.)
낯선 활동가가 무서워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도 함께 산책을 하러 나가면 어느 순간 꼬리를 살랑 한 번 흔들어줍니다. 그 잠깐의 순간, 이 작은 변화가 활동가는 벅차고 감사할 뿐입니다.
루시는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평소 책상 밑에 조용히 앉아 있는 루시지만 밥시간이 되고 그릇 소리가 들려오면 어느새 벌떡 일어나 달려옵니다. 때로는 일어서서 활동가의 무릎을 앞발로 긁으며 루시답지 않게 재촉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루시의 가족이 된다면, 루시의 신뢰를 얻으며 가까워지는 하루하루가 그 자체로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온센터에서 루시가 보여준 긍정적인 변화처럼,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루시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은 더욱 소중하고 특별할 것입니다.
루시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루시의 사랑을 알아줄, 온전한 가족을 기다립니다. 루시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