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동물자유연대의 서울사무국에서 멀지 않은 행당 119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도선사거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하얀색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해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양이가 너무나도 아파보여 구청에 연락하였으나 길고양이의 구조·보호 의무가 없는 구청에서 거절을 당했고, 행당 119는 고민 끝에 동물자유연대로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일단 급히 행당 119로 가 보았습니다.
보통 길고양이는 어지간히 다치지 않는 이상 골절된 다리로도 도망을 가는데, 이 고양이는 손으로 만져도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상태가 많이 위독해보였고, 곧바로 근처 협력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수의사의 진단결과,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서 여러 차례 안면을 구타당한 듯 하다고 했습니다. 코뼈가 골절되었고 오랜시간 상처가 방치되어 코 안쪽에 염증이 생겨 삼출물이 가득찬 상태였습니다. 숨쉬기가 힘들고 목을 가누기가 힘들었는지 계속 코를 땅에 박은 채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콧 속 가득한 삼출물로 인해 후각을 잃어, 스스로 섭식을 할수가 없었던지라 탈수상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턱관절 쪽에 탈구 소견도 있으며 눈은 이미 양쪽 다 실명상태였습니다. 이 고양이가 적절한 수술과 장기적인 치료를 한다고 해도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협력병원의 내과·외과 전문의와 여러 차례 상담을 한 끝에 코 속의 삼출물 제거와 오른쪽 안구적출을 한 후, 당분간 후각이 돌아올 때까지 식도튜브를 장착하여 강제급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왼쪽 눈은 계속해서 안약처치를 해주어야합니다.
예후를 짐작하기가 힘들어 이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본인 고양이라면, 집고양이라면, 예후를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길고양이라서,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협력병원 수의사분들의 다양한 검사와 고양이의 성격파악, 행동 관찰 끝에 수술 후 식욕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에 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5시에 이 고양이가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나루입니다.
도선사거리에서 구조된 나루.
나루가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할, 언제든 올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루가 우리 모두 화들짝 놀랄 정도로 활기를 되찾아 나룻배를 타고 희망을 날라주러 우리에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길고양이 역시 동물보호법에 의거하여 보호를 받습니다. 길고양이를 구타하여 심한 상해를 입힐 시, 1천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1년 이하의 징역을 받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이 세상의 소수이자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학대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조만간 나루의 회복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민수홍 2016-01-14 00:39 | 삭제
나루를 응원합니다.
이혜란 2016-01-14 08:59 | 삭제
힘없는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지...학대소식을 접할때마다 정말 울화가 치밀어요ㅠㅠ 방치하면 죽을수도 있을 나루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하신 119대원님과 한생명을 귀히 여겨주시는 동물자유연대에 감사드려요
나루의 건강한 모습 기다리겠습니다.
박혜은 2016-01-15 13:36 | 삭제
나루야 힘내라!! 부디 건강해서 좋은 집사 만나서 행복해지렴.
이경숙 2016-01-15 15:19 | 삭제
누가 이렇게나 만신창이로 만들었나요?
정말 분노가 치밉니다
나루야~~부디...꼬옥...살아나야 해!!!
이재은 2016-01-17 23:41 | 삭제
먹먹하네요..온갖 복잡한 생각과 슬픔과 분노에 또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다 낫기를..몸은 온전히 나을 수 없더라도 나루의 마음만이라도 다 낫기를 빕니다.사랑받고 사랑하며 남은 생이 그저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한순임 2016-01-17 17:26 | 삭제
나루의 회복을 기도합니다
동자연의 노력에 감사드리구요
나루 꼭 회복 되어서 행복한 시간도
누려야지! 힘내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