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농장에 상식을!] 소비가 변해야 배터리 케이지 추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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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상식을!] 소비가 변해야 배터리 케이지 추방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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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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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인 2017년 8월 국내 먹거리 시장을 강타한 ‘살충제 달걀 사건’은 국민의 먹거리 불안감 증대 및 식품업계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생산자, 소비자를 포함하여 식품업계 전체에 큰 피해를 불러온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살충제 달걀사태 발생 전후로 달걀 소비량은 46.0% 감소하고, 산지가격은 32.2% 하락했다고 한다.

당시 배터리 케이지를 위시한 산란계 농장의 고도 밀집사육 시스템은 HACCP 인증 농가들까지 암암리에 살충제를 사용하게끔 만든 바 있다. 또한, 동물에 대한 가학적이고 비윤리적인 사육환경 문제와 더불어 매년 발생하여 극심한 피해를 일으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도 지목된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내 산란계 산업의 절대다수인 95% 정도가 여전히 배터리 케이지 사육환경에 처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까?


유럽연합의 배터리 케이지 금지 이후

유럽연합(EU)은 무려 20년 전인 1998년부터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사용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9년 유럽연합 국가 내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당시로부터 13년 뒤인 2012년부터는 전면금지하겠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내 국가들은 지난 2012년부터 법적으로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영국의 달걀 판매 현황>  출처 THE TIMES UK




유럽연합도 모든 케이지가 금지되는 케이지 프리(Cage-Free)가 된 것은 아니다. 배터리 케이지가 금지된 것과는 달리 개선된 케이지(Enriched cage)의 경우 법으로 금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2017년 12월 THE TIMES UK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최근 방사로 키운 산란계 달걀이 개선된 케이지(Enriched cage) 달걀을 제치고 계란 점유율 1위를 차지하여, 산란계 복지가 제도권을 넘어 소비자를 통하여 한 단계 도약한바 있다. 

여타 EU 국가보다 앞서서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한 바 있는 독일은 이미 국가 전체가 케이지-프리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7년 9월 열린 동물복지국회포럼 토론회에서 발제한 건국대 3R 동물복지연구소 이혜원 박사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이미 자국에서 소비되는 계란의 64%가 평사형 사육에서 생산된 것이며, 그 뒤로 방사형이 25%, 유기농형이 9%로 나타났다. 케이지 사육의 경우 전체 시장에서 불과 2%밖에 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곧 사라질 예정이라 한다.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 변화

95%가 배터리 케이지인 국내 산란계 사육 현황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배터리 케이지 환경을 여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산란계 사육 환경에 대한 관련법이나 인프라 자체가 답보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우선 국가가 공인하는 동물복지 인증이 생겼다. 2012년 산란계를 첫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등 단계별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시행되고 있다. 해당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가 붙는다.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의 경우, 케이지에서 사육할 수 없으며 최소 다단식 사육시설 이상에서 사육해야 한다. 또한 부리자르기도 원칙적으로는 금지되며, 사육밀도도 바닥면적 1㎡당 9마리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인증제도가 생겼다고 쉽사리 전체 산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2018년 1월 기준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고작 95개로, 사육규모 기준 총 128만531수의 산란계 닭이 동물복지 인증 환경 아래 사육되고 있다. 이는 전체 산란계 규모인 7104만3000수의 1.8%에 불과하여, 대부분의 산란계 닭이 여전히 배터리 케이지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한편, 배터리 케이지를 없애지는 못하였으나, 단위면적당 사육 밀도가 늘어났다. 2018년부터 산란계 사육밀도 기준이 기존 1마리당 0.05㎡에서 0.075㎡으로 상향되었다. 그러나 신규로 진입하는 산란계 사육 농가에만 적용되기에 실질적인 전체 산업의 변화는 아직 십수년에서 최대 수십년이 소요될 예정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밀도 외에 모든 환경 또한 기존과 거의 같아 결국 배터리 케이지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한계 역시 존재한다. 


미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미국은 국내와 상황이 비슷한 편이다. 유럽처럼 법으로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산란계 대부분이 배터리 케이지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 대략 90% 이상의 산란계가 배터리 케이지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미국에 최근 몇 년 사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관련법이 강화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케이지 프리(Cage-Free)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케이지 프리는 배터리 케이지를 포함한 모든 종류를 케이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서, 이미 200개가 넘는 기업이 케이지 프리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지 프리 선언을 한 기업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맥도날드, 서브웨이 등 세계적인 음식판매기업과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켓까지 자체적으로 케이지 프리 이행 기한을 설정, 배터리 케이지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케이지를 산란계 사육환경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였다.(선언 기업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 미국이나 북미대륙을 중심으로 하는 선언으로 글로벌 정책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찍부터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한 유럽과 달리 미국의 기업들은 자사의 영업활동과 마케팅 차원에서 Cage-Free로 이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Cage-Free 선언을 한 것으로, 미국과 여건이 비슷한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중간 유통이나 식품 판매 기업들의 의지가 어떻게 시장을 바꿀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 농림부(USDA)는 케이지 프리 선언 기업들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2016년 대비 9년 뒤인 2025년에는 케이지 프리 산란계 수가 10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이며 천문학적인 국가적 손실을 불러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산란계 케이지 사육은 이처럼 민간 영역을 통해서도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되고 있는 상태다.




대한민국, 소비가 변해야 산업도 변한다

지난 2017년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개된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 환경 조성”의 목표 아래 4대 분야 20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축산(가금)산업 선진화”가 첫 번째 분야이며 첫 번째 과제가 “동물복지형 축산 전환”이다. 아마 축산 영역의 동물복지가 조금씩 개선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라면 너무나도 더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85.3%의 시민이 농장동물 복지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농장동물의 복지 향상이 ‘매우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의 70.1%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축산물을 직접 구입할 의향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2년(36.4%), 2015년(66.6%), 2017년(70.1%)로 5년 사이 33.7%p가 상승해 국민의 인식 및 행동의지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또한, 먹거리 안전의 시각을 넘어 ‘내가 지불한 비용의 일부가 동물복지에 보탬이 된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도 5명 가운데 1명꼴(22.6%)로 나타나 동물복지 자체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 상당수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물복지 축산물을 다루는 업계 관련자들은 ‘통계에서 나타나는 소비 의지와 실제 동물복지 상품의 구매 정도는 다르다’고 말한다. 의지만큼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면 농장동물의 복지개선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분명 소비가 변하면 산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소비는 직접소비와 간접소비가 있을 수 있겠는데, 산란계 환경개선과 관련한 직접 소비는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신선란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그간 달걀의 사육환경은 동물복지나 유기농 인증 제품이 아닌 이상 소비자가 알 수 없었다. 다행하게도 오는 8월 23일부터 달걀의 사육환경표시제가 시행된다. 달걀을 보면 현재는 생산자 고유번호만 난각에 찍혀 있다. 그러나 오는 8월 23일부터는 그 뒤로 1~4 사이 숫자가 하나씩 더 붙는데, 1은 방사 사육, 2는 축사내 평사를 의미한다. 3번과 4번은 배터리 케이지를 의미하므로 구매하지 말아야 하겠다.

간접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기업의 가공식품이나 관련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고, 해당 기업에 케이지 달걀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것이다. 간접소비 감소와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생산된 달걀의 절반은 이런 음식점이나 단체급식 혹은 2차 가공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느낀 기업 하나가 바뀌면 한꺼번에 많은 생산 환경을 바꿀 수 있으며, 기업의 선언 이후 이행기 동안 수요가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의 변화도 최대한 무리 없는 한도 내에서 꽤나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시민의 힘으로 기업을 바꾸자!

200여 개 미국 기업이 바뀌자 미국 내 케이지 프리 산란계가 9년 이후 10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내 배터리 케이지 환경에서 자라는 산란계는 그와 비례하여 사라질 것이다. 헌데 아직 국내 기업들은 어느 곳도 동물학대를 멈추려 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기업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우리 소비자에게 있다. 앞서 열거한 이유들로 동물자유연대는 올해를 기점으로 기업을 상대로 케이지 프리 선언을 촉구할 것이다. 동물학대에 무감각한 기업에 미래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