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럭에서 탈출한 돼지가 그를 구하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호소에서 안락사된 일이 있었습니다. 여럿의 노력에도 돼지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더 안타까운 건 그가 살아가는 동안 겪었을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축산업 농가는 고기 생산의 극대화를 목표로 두고 운영합니다. 그 중 돼지농가는 축산업 중 호르몬 제재, 항생제 등의 약품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돼지들은 사육관리의 편의,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최소한의 자유와 습성조차 속박 당합니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돼지 약 1,109만 마리 중 동물복지농장에서 살아가는 돼지는 약 10만 마리. 그렇다면 남은 1,099만 마리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어차피 고기가 될 동물의 고통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은 노력으로도 그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돼지가 자연스러운 습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둥지짓기’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에 사는 어미 돼지는 새끼를 낳기 전 땅을 파고 나뭇가지나 지푸라기 등을 모아 분만 장소를 만드는데 이를 둥지짓기라 합니다. 둥지짓기를 할 수 없는 농장에서도 어미 돼지는 이러한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둥지짓기 행동이 허용될 수록 모성 행동, 수유 등과 관계된 옥시토신, 프롤락틴 등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어미 돼지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둥지짓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지만, 농장에서 사용 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둥지짓기 행동을 표현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분만틀에 천을 걸어주면 그 촉감과 천을 이용한 행동표현을 통해 어미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땅파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롤러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간이 ‘고기’라 이름 붙인 동물이라도 그들 역시 누리고 싶은 삶이 있습니다. 돼지의 행복을 지금 당장 보장하긴 어렵겠지만, 작은 노력을 기울이면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한 번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시도와 점진적인 개선의 과정에 동물자유연대도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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