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동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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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하재영
* 출판 : 창비
* 출간 :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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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뜻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지난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부터 애완동물 대신 공식용어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 속엔 동물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 받아들이자는 취지가 들어있다.
2019년 한국갤럽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려동물을 꼽는 질문에 10명 중 6명은 개를 꼽았다. 반면, 가장 많이 유기되는 동물 역시 개였다. 그것도 1살 미만의 소위 잡종 개라고 불리는 비 품종견. 그들을 진정 반려동물 즉,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게 나올 수 있는 결과인지 반문해본다.
이 책은 저자가 버려진 개 한 마리 ‘피피’를 키우게 된대서 시작한 여정이 동물권에 대한 윤리적·철학적 고민으로 확장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만큼 동물의 권리에 대해 저자는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한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곧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책의 목차는 개들의 처음과 끝인 장소로 등장하는 번식장, 보호소, 개 농장, 도살장을 카메라로 찍듯 이야기한다.
책의 장르는 르포다. 르포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허구가 아닌 사실에 관한 보고라는 뜻이며, 창작 소설과는 달리 `실제의 사건을 보고하는 문학`을 의미한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허구가 아니라 철저한 사실에 기반을 뒀다는 것. 그것이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겁고 잔인하게 다가왔다. 사실, 고백건대 나는 ‘동물권’이란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이론 개념조차 생각지 않았던 방관자는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책의 표지 허공을 향한 검은 개의 하울링을 듣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개는 누군가에게 가족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번식장에서 “새끼 빼는 기계들”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언제든 돈으로 “개 값”을 치를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인권과 동물권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상관관계다. 동물을 생각하는 일은 약자를,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다.
책 속 인터뷰 중 책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잊히지 않는 내용을 정리한다.
『그 모견은 이미 삶을 포기한 상태였어요. 내가 자기를 들어 올리든 물속에 집어넣든 아무 반응도 없었어요. 온몸이 축 처진 채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게 있기만 했어요. 숨만 붙어 있을 뿐 어떤 움직임도, 최소한의 반응도 없었어요. 시체를 만지는 기분이었어요. 더 이상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도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아, 개도, 동물도 극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죽고 싶어 하는구나. 』 이 내용 중 모견을 사람으로 바꾸면 바로 강간 사건이 된다.
『사람의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누군가를 가장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동물의 안락사는 생명을 단절하는 이유를 불문하고 독극물을 주사하는 행위, 즉 죽임의 방법만을 가리킨다.』 이렇듯 유기 동물의 안락사는 내가 생각하는 자연사나 고통 없는 죽음인 안락사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개죽임이다.
이 책은 개를 동물로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는 바다. 마무리도 작가의 말로 대신하겠다. “저 동물들을 인간의 영역으로 데려온 이들이 다름 아닌 우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 우리의 시스템 안에서 동물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이야기하는 일,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질문하는 일이 오로지 우리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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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안북중학교 채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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