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동물 <너의 시간이 다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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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유민
* 출판 : 쌤앤파커스
* 출간 : 2018.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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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와 강아지가 포근한 잔디 위에 다정하게 바라보는 표지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리고 제목 [너의 시간이 다하더라도]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은 어린 시절 짧은 시간 함께 했던 강아지를 떠올리게 했다. 외동딸로 자라면서 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워 부모님께 떼를 쓰기를 몇 해. 결국 부모님은 동생으로 작고 사랑스런 강아지 ‘쫑이’를 데리고 오셨고, 나의 부주의로 인해 짧은 시간 가족으로 머물다 간 나의 첫 반려견.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져있는 녀석을 품에 안고 희미해져 가는 녀석의 눈빛을 보면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그때 이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다시는 강아지를 곁에 두지 않기를 다짐했지만, 시간은 흐른 지금 또 다른 강아지 ‘콩이’가 가족이 되어 함께 하고 있다.
6년 전 파양 당해, 갈 곳이 없었던 콩이가 우연히 우리 곁에 왔고 6번의 겨울을 함께 보내고 8살이 된 지금. 우리의 1년과 콩이의 1년이 다름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산책을 나가면 나비나 작은 새를 잡는다고 폴짝 뛰어오르던 아이, 내가 달리면 네 발로 빠르게 달려와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갔던 아이, 딱딱한 개껌을 맛나게도 씹어 먹던 아이가 다리가 아파 잘 뛰지도 하고 껌을 잘라 먹는 것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쓰럽기만 하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복실이가 마치 우리 콩이인 듯.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콩이와의 이별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졌다.
반려 인구 천만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들을 SNS에 올려 뽐낸다. 인형이다, 너무 예쁘다 찬사가 쏟아지면 견주는 기분이 한없이 좋다. 그리고 제각각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가족과 보폭을 맞춰가며 산책을 하거나 간식을 먹기 위해 견주의 말을 기특하게도 알아듣는 모습은 일상 속에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마냥 작고, 어리고 예쁘지만은 않다. 언젠가는 사람이 늙어가듯이 반려동물 역시 병약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예전처럼 귀엽지 않아서, 예쁘지 않아서,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귀찮아서. 갖가지 이유로 몰래 버려지는 아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은 참으로 분노를 일으킨다. 아이들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보다는 꼭 나를 찾으러 올거란 믿음에 가족을 기다린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만큼 옹졸한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사람에 의해 선택되는 그 아이들의 삶. 선택했으면 아이들의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만이 반려동물과 가족이 될 자격이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자 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두 번 생각해보고. 그리고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해서 더욱 깊게 생각해보고, 이 책도 꼭 읽어보라.
책 속의 복실이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새로 가족이 된 행복이는 어떤 모습일까? 두 아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해진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너만 없다면?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느 날 사라지고, 같은 공간에 우리들만 남는다면, 그 그리움이 얼마나 클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반려동물들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끝까지 지켜주는 든든한 가족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나의 반려견 콩이가 언제 별이 될지는 모르지만, 콩이의 남은 시간은 부디 우리 가족과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 속 행복한 공존을 위해, 크든 작든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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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도천초등학교 이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