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실험동물은 현대판 시시포스의 운명일까요?

사랑방

실험동물은 현대판 시시포스의 운명일까요?

  • 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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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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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 정부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종장기 연구 성과에 관한 짧은 브리핑을 듣고 왔습니다. 형질전환 돼지 복제를 성공해서 복제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해 신장은 23일 생존 결과를 나타냈다는군요. 연구 단계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죽었을 지 상상은 안 되지만 마지막 단계는 정확하게 두 마리, 돼지와 원숭이가 죽었습니다. 
듣기만 해야 하니, 늘 그렇듯이 마음이 무겁습니다. 동물 실험과 인류 의학 사이에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니까요.
논리가 아닌, ‘동물도 침해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동물권의 원론적인 주장을 사회적 이해로 확대시킬 수 있는 역량은 아주 많이 약하고, 또 동물을 이용하는 인간중심적 사고의 문제는 단지 ‘나’ 아닌 ‘타자’의 문제라고만 몰아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고 읽는 모니터 등 전자기기를 비롯해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과 아프면 큰 고민 없이 먹는 약품들은 이미 알게 모르게 동물실험을 거쳤으니, 나 자신도 동물 이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동물 실험을 하는 그 자체에 어떻게 제동을 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사용자가 방조자 또는 가해자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동물실험을 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으니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동물 실험을 중단하라는 것 또한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그래서 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대체소재 개발요구이며,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동물을 대체할 소재 개발을 촉진시키는 촉매제입니다.
다시 이종장기로 돌아가서, 제 아버님은 생전에 폐암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습니다. 수혈을 받으신 직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며 괴로워하시기에 의료진에게 왜 그러시느냐 물으니, 면역 거부 반응 때문이라 하며 진정시키기 위해 억제제를 투여한다고 했습니다. 얼마전 재판을 받은 CJ 이재현 회장이 부인으로 부터 받은 신장 이식 수술후 사용한 면역억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와 건강이 많이 훼손됐다는 기사를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아버님처럼,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최적 상태의 동종 혈액을 투입하고도 그런 증세가 나타났는데, 이종장기를 돌아보면, 우리가 감히 알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의 신체 세계를 어찌 정복한다 할 수 있을까요?
이종장기 연구의 일부가 성공 후 보도되는 뉴스들을 보면 마치 80~90%는 이루어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당장에라도 관련 질병 환자들이 새세상을 만난 것 같은 희망에 빠지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연구의 성과는 과학의 아주 작은 한 단계일 뿐,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복잡하고 정교한 생체 메커니즘 정복에 다다랐다고 볼 수 없으니, 이종장기의 실상은 멀고 먼 험난한 길입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그에 응당한 유형, 무형의 책임 비용을 지불하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산업화 이후 ''암''이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듯, 과학이 인류에게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나타난 실례들은 참 많습니다. 이종장기의 연구가 지금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인류에 기여함이라 하겠지만, 그로인해 인류는 또 다른 고통을 짊어지고 가야 할, 지금 이룬 성과보다 훨씬 더 많은 숙제를 등에 업고 나타나는 신기루는 아닐지 걱정입니다.
문제는 과학 진행 중에 엄청난 고통을 감당하며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희생될 동물들입니다.
동물들의 고통을 동반한 연구의 결과, 그 이득이라는 동전의 이면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또 해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희생 되는 동물들. 현대판 시시포스의 운명인가요? 돌을 정상에 올려놓으면 또 굴러 내려가 다시 정상까지 운반해야 하는 시시포스의 운명.
이 하염없는 연구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결과적으로는 실익이 없어 보인다는 주장. 이것은 단지 동물애호가 혹은 염세주의자로 치부되는 사람들의 읍소일 뿐일까요?  



댓글


김은숙 2014-09-21 13:41 | 삭제

대표님의 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른 생명체를 잔인하게 희생시키면서까지 인간의 병을 고치고 생명을 몇 년 연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 지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단지 동물 애호가나 염세주의자들만의 읍소는 아닐 것입니다. 몇 년의 목숨을 늘리기 위해 희생당하는 그 생명들은 그저 지구 상 가장 '우수한' 생명체를 위해서는 각종 보신 약품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 대부분의 사고 방식이 극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우리가 기대하는 세상이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화이팅을 외쳐야 겠지요. 이런 문제가 나올 때 마다 인상깊게 보았던 '혹성 탈출' 영화가 생각납니다. 인간과 원숭이의 처지가 완전히 반대로 바뀌어 케이지에 갇힌 인간에 대해 원숭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기분 나쁘기 보다는 실소와 함께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었습니다. 그 상황이 되야 우리 인간들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