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굶는 아이들 후원이 먼저가 아니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사랑방

굶는 아이들 후원이 먼저가 아니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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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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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혀서 논리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고, 깊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글을 남겨봅니다.

올해 초 미용을 위한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아이들 이야기에 너무나 충격을 받고, 또 우연히 동자련을 알게 되기 전 까지 저 역시 평범한 사람들처럼 반려견과 식용견은 애초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왔던 사람입니다.

8년 째 동거 중인 우리 아가와 바깥의 백구가 똑같은 생명임에도 다른 취급을 받는 것을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었어요.

가족처럼 반려견을 사랑하며 데리고 살면서도 제 의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걸 요즘 많이 배웠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더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작게나마 노력하는 중이지만 아직 많이 모자라네요.

무엇보다도 제가 살고 있는 대부도라는 지역의 환경은 처참합니다. 동물에 대한 끔찍한 인식 상태를 접할 때마다 마음을 짓누르는 절망감이 가장 괴롭고 두렵습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는 힘들 거라는 절망감이요. 그리고 개는 패서 죽여야 육질이 좋다며 껄껄대며 막걸리를 따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요.

찐자 이야기로 동자련을 알게 되고, 홈페이지에 들러 여러 아이들 이야기를 보며 며칠 밤을 새며 울고 아파하다 더는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더군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금전적인 도움이라도 동물들에게 보내는 것이 저를 위한 가장 타당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 형편이 좋지는 못해 그동안 작게나마 후원하던 결식아동 후원을 멈추고 동자련에 후원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요.

전에 후원하던 업체의 소식지를 보던 동료가 지나가듯 말하더군요. 그래도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후원하는 것이 낫지 않냐고. 동물이 살고 사람이 죽는건 아니지 않냐고요.

최소한 어딘가에 후원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나진 않았을까요. 그리고 거기에 저는 그저 제 마음이 동물들을 돕는 것이 더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은 말도 할 수 있고 누군가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훨씬 많다고. 하지만 동물들에겐 그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동물을 위하는 행위는 사치로 치부하는 인간이기주의가 만연해 있으니까요.

 

물론 저도 가능하다면 배고픈 우리 아이들에게 단 돈 만원이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여윳돈이 있다면 그걸 더 보태서 매 맞고 굶주리고 고통받는, 그럼에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동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동물을 위해 사람이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저 또한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동물과 인간이 같은 생명체로서 평화로운 공존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정 식용을 해야겠다면 고통없는 도살 방식이 정착 되기 바라고, 최소한의 자유와 청결함을 제공하는 축사에서 동물들이 살아가길 바라는 거죠.

저는 단지 너무나 낙후된 우리 사회의 동물복지를 조금이라도 높은 질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쪽에 도움을 보내고 싶습니다. 태어난 생명은 풀 한 포기라 해도 먹이사슬의 순리 이외의 고통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어떻게, 뭐라고 설명해야 이런 것들을 한 번에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꺼내면 꼭 토론이 되고 맙니다. 전 그런 감정만 상할 뿐인 말다툼은 정말 하고 싶지가 않아요.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동물들 생각을 하면 속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구요.

앞으로도 제가 살아가며 만날 "인간제일주의"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답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그 돈으로 배고픈 어린 애들이나 도와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요.

 

아직도 주변엔 동물은 인간의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인간을 위해선 마땅히 괴롭고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들이요.

이런 척박한 인심 속에서 열심히 활동해주시는 동물복지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함께하겠습니다.

 

 

 

 

 

 




댓글


윤정임 2011-08-26 13:52 | 삭제

심적으로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부를 결심하신 대부분의 회원님들께서도, 그리고 활동가들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정답이 없는 상황으로 한번씩은 번뇌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람과 동물의 문제는 대략 짐작하여 사람이90, 동물이 10인 현실의 벽이 있으니 소수가 인정받기 힘든 것을 일단! 감안하고 가늘고 길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초창기 이 문제때문에 친구들과도 언성을 높이게 되고 저녀석...상대를 말아야지 앙심을 품기도 했었습니다. 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는 분노가 치밀고 억울하더라도 한발짝 뒤로 빠져 보시는 게 어떨지 제안드립니다. 사람우선주의인 사람들도 누구나가 자연스럽게 연민이 우러나는 동물학대사건이나 스토리에 대해서는 거기서도 사람이 우선이네라고 하지는 않더라구요. 개를 즐겨 먹는 사람을 바꾸는데 5년이 걸렸고, 동물 키우는 것을 꼴사남게 생각하고 개가 한 공간에 있는 것 조차 닭살이 돋을만큼 거부감이 심했던 사람이 2년만에 임시보호를 생각할만큼 변하더라구요. 물론 죽어라고 안 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아직, 문화 자체가 과도기에 있는 상황임을 이해하시고 감정소모가 심한 충돌은 피하시면서 가늘게 길게 ~!!


레오 2011-08-26 22:38 | 삭제

아이들이나 동물들을 보호해야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변호할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읽었어요. 사람이라면 그것도 성인이라면 당연히 힘없는 존재에게 연민을 갖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거기에는 종의 차이가 아니라 생명이라는 공통점만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것에 누군가 비웃음을 흘린다하더라도 상처받지 마세요! 생각해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존재는 결국 동물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낮은데 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면 아이들, 장애인들, 여자들...점차 나아지겠죠! 풀숲 사이에 난 오솔길도 누군간 처음 발길을 내딛어 걸어갔다는 말이 있는것처럼 우리들의 이런마음이 그 첫발걸음처럼 거칠고 힘든길의 첫걸음이 될거라 믿습니다. 사족으로 전 아이들 밥값으로 아주 적은돈을 후원해요. 누가 태클걸어도 대꾸하기 좋고 개인적으로 맘도 편하구요. 힘내세요!


임상미 2011-08-26 23:17 | 삭제

혜진님 같은 분이 세상에 아주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저도, 현실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동물복지 문제 부분을 논 할 때마다 막막하고, 답답함을 느낍니다.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데...언제쯤이면 우리의 너무나 당연한 소망이 이뤄 질까요..혜진님~ 힘내세요!!! 우리들의 생각.. 진정 옳은것입니다!!!


강연정 2011-08-26 23:21 | 삭제

솔직히,,,긍정적으로 토론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밤을 새가며 서로의 주장을 말해도 모자람이 있겠지만,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사람에게는 그런 수고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와 북한의 굶어죽어가는 어린이 중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와 비슷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그저 마음가는 대로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간결히 대답해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김혜진 2011-08-26 14:34 | 삭제

감사합니다...일도 항상 바쁘실 텐데 달아주신 답글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ㅠㅠ
미용실험에 관한 글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동자련의 가여운 말티즈 이야기를 읽었을 때 충격은 가시질 않아서 감정이 너무나 앞섭니다. 감정적인 이야기가 오고갈 것 같아지면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눈물부터 펑펑 나고요 ㅎㅎ
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희망적인 사실을 절대 잊지 않고 저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가늘고 길게! 잘 가보도록 할게요. 좋은 날 되시어요!


김연승 2011-08-26 18:23 | 삭제

구구절절 공감가는 글이네요 누군가 이사회에서 제일 약자 인 동물들 을 위해서 이런분들 한분 한분 모여 큰산을 이루어 반드시 동물들의 복지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겠지요 아직은 먼길이나 그래도 세상엔 맘 따듯한 분들이 있어 다행이예요


순돌 2011-08-26 18:27 | 삭제

저도 다뮤 고기 랩소디를 보면서 동물에 대한 인식변화 우리주변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희생이 되고있는지 당장 내가 앉은 쇼파며 구두 가방 들이 불쌍히 죽어간 동물들의 대가물인지 동물복지는 꾸준한 교육의 힘도 상당히 중요 하더군요 예전에 tv동물농장이 오락위주의 프로였는데 요즘은 동물 복지와 구조에 대해 많이 반영하다보니 유기견에 대한 편견 구조 많이 좋아 졌듯이 앞으로도 동물자유연대 화이팅입니다 당연히 우리 회원들도 많이 늘어나면 더욱 동물들이 행복해 지겠지요


깽이마리 2011-08-27 01:10 | 삭제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 중에 정말로 본인은 굶는 아이들을 위해 후원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 동자련 말고도 월드비전과 적십자에도 후원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쪽도 여유가 되면 후원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기부문화가 아닌 내용에 대한 비판하는 분 중에서 실제로 본인이 열심히 기부문화에 참여하는 이는 거의 없더라구요. 도리어 녹색연합과 유니세프에 후원하는 후배나 유니세프에 후원 중인 선배 같은 경우는 제가 동자련에 후원하는 것을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기부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본인도 참여하고 있다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묻는 분들에게 되물으세요. 본인들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기부문화에 참여하는 혜진님은 충분히 당당해지셔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


pearl 2011-08-27 10:04 | 삭제

그런말은 한마디로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벼룩에 간을 내먹어라..' 굶는 아이들을 생각하라는 말은 쓸데없이 돌잔치, 결혼피로연, 무슨무슨 잔치같은거 한다며 쓸데없이 음식 쌓아놨다 버리고, 명품백사고 사치부릴때 어울리는 말입니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연민이 있다면 사람보다 훨씬 못한 취급받으며 사는 생명들에게 냉정할수 없습니다. 굶는 아이들을 돕고 싶으면 그 돕고싶은 마음만큼 개개인이 도와주면 됩니다. 아프리카 아이들 돕는다는데, 북한애들이 더 불쌍해.. 우리나라에도 불쌍한애들 많아.. 이런식이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이가 누군지 선발해서 모두들 그 제일 불쌍한 아이만 도와야할겁니다. 각자 개개인이 생각하는만큼 북한아이 돕는 사람도 있고, 국내 고아원 후원하는 사람도 있고, 아프리카 후원하는 사람도 있고, 불쌍한 동물들 돕는 사람도 있고.. 그래야지 세상이 돌아가지요.

그리고 아마 모르긴해도 동물단체 후원하는 사람들이 '그럴돈 있으면 굶는애들이나(!) 도와라'하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불쌍한 이웃을위해 봉사하거나 후원하는 비율이 더 높을걸요? 저도 유니세프와 엠네스티에도 후원금을 내고 있구요.


이경숙 2011-08-27 12:27 | 삭제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이웃돕기에 성큼 나서는 사람 별로 못봤네요
제가 만난 동물보호단체 횐님들은 대부분 어려운 이웃들 돕기는 당연히 먼저 하시는 분이고 그 나눔의 실천을 확대해서 동물들에게도 손을 내미는 분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나 이렇게 합니다 하고 표를 안내어서 그렇지 수입의 많은 부분을 기부하고 있답니다 비율로 따지면 사람들 쪽이 훨씬 더 높지요 혜진님도 이런 댓글을 참고하셔서 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심 되겠네요


김혜진 2011-08-27 18:51 | 삭제

좋은 말씀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닥은 잡히는데 마음 속에 흩어져있던 생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었어요^^ 그동안 답답할 때 사랑방에 터놓고 이야기 많이 할 걸 후회도 되고요. 같은 마음으로 함께한다는 건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똘이 2011-08-30 21:28 | 삭제

혜진님이 정리가 잘되었다니 기뻐여~^^
여기 모든분들이 받았던 불합리한 도전일겁니다...
위에분들 말씀이 모두 공감이 가고 맞는말씀이지요..
예전엔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한다고 하면 웃는 사람도 많았지요..
동물이 무슨 자유냐고..ㅠㅠ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말합니다!
제가 당당해지니 사람들도 안웃더라구요.. ^^
물론 아프리카아이들도 북한아이들도 조금씩 돕고
정치 잘하는 분들도 돕고..
우린 항상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화이팅~!


김정희 2011-09-22 19:05 | 삭제

저도.. 현실과 제 이상속에서 많은 절망을 느껴요. 이번에 대부도를 학원때문에 갔었는데. 정말 땡볕아래 개만 묶어놓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더군요.. 비쩍 마른채 돌아다니는 개까지... 왜 키우는지 뻔히 알것 같아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왜 사람들이 마음이 다 다를까.. 속상하네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