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오마이뉴스]'월수43만원으로 개까지 먹여 살려? 미쳤어' -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 부과정책이 놓치고 있는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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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월수43만원으로 개까지 먹여 살려? 미쳤어' -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 부과정책이 놓치고 있는 몇 가지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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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0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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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 매체인 ohmynews에 기고한 글입니다. 6월7일 현재 1면에 실린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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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 43만원으로 개까지 먹여 살려? 미쳤어"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 부과정책이 놓치고 있는 몇가지
11.06.07 21:04 ㅣ최종 업데이트 11.06.07 21:45 박종무 (dubagi)

반려동물,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유기견

▲ 초롱이를 안고 있는 박아무개 할머니 초롱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할머니는 초롱이가 식구같고 자식같다고 한다. 그리고 외로울 때 많은 위안이 받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초롱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 박종무
반려동물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동물병원엔 가끔 아픈 개를 데리고 오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초롱이라는 이름의 개를 키우는 박아무개(70) 할머니는 옥수동에 17년째 홀로 살고 있다. 젊었을 때 옥수동에 살다가 딸과 함께 중계동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백혈병에 걸려 11년간 고생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아파트에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외로워 예전에 살던 동네로 이사를 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삼아서 계속 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식당일을 하는 등 용돈 벌이를 했지만 그것마저도 몸이 아파 그만 두고 지금은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 43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이 돈으로 가스와 전기요금 등 관리비를 내고 알뜰살뜰 생활을 한다. 할머니는 생활보조금으로 초롱이 사료도 사서 먹이고 예방접종도 하고 가끔 피부병 치료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혼자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개까지 먹여 살린다고 미쳤다며 흉을 본단다. 

 하지만 할머니에겐 개를 키우는 것이 살면서 큰 힘이 되었다. 딸을 잃은 뒤로 20여 년간 혼자 살면서 개가 항상 말동무가 되어 주었고 어두운 밤을 외롭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 밖에서 돌아올 때면 초롱이가 집에서 반겨주었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는 것이 쓸쓸하지 않았다.

 혼자서 힘겨운 삶을 살다보니 우울증 증세도 있었는데 명랑하게 뛰어노는 개를 보고 마음도 즐거워지고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울증 증세도 많이 좋아졌단다. 하지만 7월 1일부터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얘기에 걱정이 늘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진료비가 인상되면 초롱이를 키우는 데 이전보다 더 큰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반려동물 부가세 시행... 경제적 부담으로 '유기견' 늘 수도

 기획재정부는 EU 국가를 포함해 미국 등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며 2010년 12월 20일 부가세법 시행령 개정 예고안을 공고하고 다가오는 7월 1일부터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들은 미국에서도 단지 하와이,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3개의 주에서만 부과하고 있을 뿐이고, 무엇보다도 그들 나라에서는 동물의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말하는 선진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동물보호법이 정착되어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반려동물을 구입한 후 사정이 생기면 쉽게 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개들 중 많은 개들이 며칠 만에 안락사 되거나 보신탕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료비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면 보호자의 금전적인 부담감이 커져서 반려동물이 아픈 경우 유기하는 동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동물병원에는 치료를 위해 입원을 시킨 후 유기하는 동물들이 흔히 있다. 기본적인 여건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소위 선진국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따르는 이유다.

 

▲ 동물병원 문 앞에 박스에 넣어 버려진 개 동물병원에는 가끔 아픈 개를 밤 중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또 치료를 맡기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반려동물이 아프면 치료하기보다는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부가세가 부과되는 경우 버려지는 개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 박종무
반려동물

 지난 2008년 약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길거리에 버려졌고 버려진 개들 중 대부분은 정부에서 포획하여 치료 및 안락사시켰다. 그 비용만해도 2008년 한 해에 약 82억 원이 소요됐다. 이 숫자에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보호소에서 보호하고 있는 많은 개들은 빠져 있다. 개인 보호소에 보호되거나 로드킬 당하거나 혹은 보신탕 집에 끌려가는 수까지 감안하면 한 해에 20만 마리 정도 버려진다고 시민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와 동물자유연대, 동물학대방지연합 등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수의사회 그리고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등 여러 사회단체는 부가세 부과의 부당성을 알리며 부가세 부과 철회 청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반려동물 진료에 부가가치세를 징수했을 때 세수 증가분을 2011년 33억 원, 2012년 97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상당액은 해당 정책으로 인해 증가하는 유기동물 처리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세수는 그보다 적을 것이다. 국민들의 반발과 동물복지에 끼치는 부작용을 생각했을 때 얼마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 국가에 큰 이익이 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이낙연 의원 등 23명의 국회의원은 반려(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으로 확대돼 전국 400만 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동물 진료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 진료비 부담으로 유기동물이 증가할 우려가 크고, 특히 반려(애완)동물 사육이 주는 심리적 안정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이 인정되는데도 이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5월 23일 국회에 부가세 방침을 반대하는 부가가치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또,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3일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국민 반대가 심하고 독거노인의 반려동물이나 맹인의 안내견도 많은 만큼 재검토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장관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치료하는 것인데 부가세를 면제해주기는 힘들다"고 답했다는 보도도 있다.(연합뉴스) 박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나라의 동물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 치료하는데..." 생명권에 무지한 정부

▲ 녹양동보호소의 유기견들 녹양동에 있는 할머니가 버려지는 개들을 모아서 키우고 있다. 버려진 개들이 불쌍해서 한 마리 한 마리 데려오다보니 100마리가 넘었다. 환경은 열악해 보여도 이 개들은 자기의 수명까지 살 수 있다. 지자체와 연계된 대부분의 유기동물보호소의 개들은 보름이 지나면 대부분 살처분된다.

ⓒ 박종무
유기견

 현재 세계적으로는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어 최소한의 기본권을 인간에게만 한정짓지 않고 생명 전체에게로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생명권', '동물복지권' 등이다. 생명은 생명임으로 인해서 존중을 받을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권리는 인간이 줄 수 있으면 주고, 주기 싫으면 주지 않는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생명이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보호자가 먹을 것을 주지 않은 채 개를 집에 혼자 두고 여행을 가거나 몽둥이로 때리는 경우 바로 동물학대죄로 구속된다. 동물을 유기하는 것도 당연히 동물학대죄로 처벌받는다.

 선진국의 동물복지권에 대한 생각은 단지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영국의 브람벨위원회는 동물 사육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본적인 자유'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는 한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주요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감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최소한 동물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한 바퀴 돈다든가 몸치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일어섰다 앉았다 하거나 자신의 사지를 펼칠 수 있을 만큼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 권고에 따라서 좁은 철망장에 가두어 키우던 양계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옴싹달싹 할 수 없는 분만틀도 없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생명권에 대한 인식과 복지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이라는 이유로 치료마저 인간과 차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생명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잘 성립돼 있는 미국에서도 3개 주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반려동물 부가가치세법을 미국 전체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듯 선전하며 강행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반려동물을 오랫동안 키우다보면 정이 들고 가족 같다. 돈이 남아 돌아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같기 때문에 돈이 들어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을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박 할머니는 20여 년이 넘는 외로운 시간동안 초롱이를 자식같이 의지해서 살아왔고 초롱이가 없으면 허전하고 외로워서 못 살 거라고 말한다. 박 할머니뿐 아니라 혼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외로움을 덜어보겠다고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는 이들에게 얼마의 부가세를 꼭 걷어야만 하는지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 2011 OhmyNews




댓글


쿠키 2011-06-08 11:38 | 삭제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어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링트했습니다 ^^


이경숙 2011-06-08 12:07 | 삭제

저도...감사합니다...꾸벅~


서지희 2011-06-09 21:01 | 삭제

저도 오마이뉴스에서 이 기사 보고 분개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자식을 돈이 부족해서 못 키우는 것처럼 처참한 일이 또 있을까요?


김수정 2011-06-15 14:43 | 삭제

지대하게 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된다면 안돼는건가요? 다수결의원칙 아닙니까? 내가 무지한가....속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