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아빠를 따라 숨을 거둔 용산개 방실이 이야기

사랑방

아빠를 따라 숨을 거둔 용산개 방실이 이야기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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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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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관련된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책공장 더불어에서 『용산개 방실이』라는 만화책을 냈다.

이 책은 용산참사 당시에 참변을 당한 양희성씨와 그가 키우던 방실이라는 개에 대한 이야기다.

양희성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었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삼호복집이라는 식당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이루며 살았다. 그 나이의 아저씨들이 그러하듯이 속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무뚝뚝해 보이는 그런 아저씨였다. 자식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아내가 방실이라는 개를 데리고 왔을 때 많은 아저씨들이 그러하듯이 집 안에 무슨 개를 키우냐고 타박하는 그런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저씨 였다. 그렇게 방실이는 새로운 집으로 들어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저씨와 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 자그마한 즐거움에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산재개발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그런 자그마한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음식점을 차리면서 권리금과 인테리어비용 등 3억이라는 큰 돈이 들어갔는데 개발 주체 측에서는 보상금을 5천 만 원 밖에 줄 수 없다고 하였다. 3억이라는 큰 돈을 투자했는데 5천 만 원만 받고 물러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용산재개발로 인해서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 거라고 하는데 그 수익을 건설회사와 건물주만 독차지하고 기존 세입자들은 큰 손해를 보는 그런 보상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세입자들은 생존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망루에 올라갔는데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 될 지는 아무도 몰랐다. 생존권을 주장했다고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하루 아침에 죽음의 길로 몰아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이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인가?

그렇게 아저씨가 죽음을 당한 후 방실이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저씨를 기다리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식음을 전폐하고 결국은 아저씨가 죽음을 당한 후 24일 만에 아저씨의 뒤를 따라갔다. 식구들은 아저씨의 뒤를 따라 간 방실이를 아저씨와 함께 화장시켜주려 하였지만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이 1년 여간 이루어지지 않아 아저씨의 시신은 1년 가까운 긴 시간을 냉동실에 갇혀 있었다. 결국 방실이를 먼저 화장시켰다.

이 책은 용산참사라는 사회적인 문제와 그 사회적 문제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라는 두 가지 주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펴낸 후 책에 대한 반응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재개발 등 사회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문제를 개인적인 호사 정도로 치부 해버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문제는 관여하고 싶지 않은 시끄러운 문제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분위기다. 그래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려 하지 않고, 반려동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외면하는 모양이다.

이 책에 대한 고민은 책공장더불어의 편집자인 김보경씨의 글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용산 개 방실이]는 '동물 책'이 아닌가?

어느 독자가 책에 대한 평을 ‘‘책공장은 동물 책만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다. 그래서 책이 나오자마자 책을 구입했는데 큰 기대에 비해 용산참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내용이 좀 그랬다. 그다지 감동도 없고 방실이가 주인공이고, 방실이와 아빠의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강아지 이야기가 아니었다.’ 라고 했단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시키지 않고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듯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해보지 않는다. 이 지점이 편집자의 고민인 듯 하다.

편집자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용산참사의 문제는 ‘생명’의 문제이다. 또 ‘약자와 강자의 공존의 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문제도 ‘생명’의 문제이고 인간이라는 강자와 동물이라는 약자의 공존의 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내용은 다른 듯 해도 큰 틀에서 보면 다른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힘 있는 자들의 이익 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경계하고 약자들 또한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기를 지향한다면 그 약자에는 여성, 아이들, 세입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 또한 포함되어져야 한다. 또 동물의 모든 복지가 인간에 의해서 규정되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인간 사회의 문제 또한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였다면 용산참사와 같은 일은 발생할 수가 없었다. 또 4대강에서 수많은 생명을 몰살하는 사업도 벌어질 수 없고 구제역과 같은 상황에서 400만이 넘는 생명을 몰살시킬 수는 없었다.

인간사회든 자연계든 모두가 완전히 공평한 곳은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승자만이 독식하는 인간 사회가 건강한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느 곳이나 약자나 강자가 있겠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선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시스템이 모색하여야 그 공동체는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러한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더불어 사는 삶의 범주에 인간끼리 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포함하여 자연의 생명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 자연의 생명들 덕분에 인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산개 방실이』과 같이 인간사회의 약자와 강자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함께 모색하는 시도는 소중한 의미가 있다. 이런 시도를 한 책이 그냥 잊혀져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댓글


이경숙 2011-02-24 10:17 | 삭제

방실이 사연...전에 TV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사람만이 아닌...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다같이 행복해지는 그 날을 꿈꿉니다...감사합니다 원장님...


장지은 2011-02-26 21:23 | 삭제

참 정말 안타깝고 마음 아팠던 일이였는데.. 그 안에 또 이런 사연도 있었다니..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는 책이네요..


길지연 2011-03-02 18:21 | 삭제

이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남은 사람들이 범법 행위자로 몰려 형을 받는 황당한 판결이지요. 용산참사 규명 위원회에 들어가셔서 서명해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