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길아이를 숲에 묻고왔습니다

사랑방

길아이를 숲에 묻고왔습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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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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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길아이 하나가 별이 되었습니다.

길에서 그렇게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빌라아줌마에게서 밥을 얻어먹는 삼색이가 여러번 낳은 아이들 중 한아이.

이제 다 자라 성묘처럼 잘 자란 고등어아이...

삼색엄마는 거듭 출산을 하느라

다 자란 새끼들과 모질게 정을 떼곤하였는데...

인석은 엄마가 구박해도 멀찌기서 꼭 엄마 곁을 따르던 고운 아이였다고합니다.

 

좀전까지만 해도 빌라 마당 그 자갈깔린 곳에서 볕쪼이며 엄마 곁에서 배보이며 누워있던 아이가

삽시간에 들이닥친 이웃집 진도개 녀석에게 물려....

한참을 물린 채 반항도 못하고...

빌라아줌마는 마당을 내다보며 온갖 물건을 집어던지며 말리려하였으나 당하지못하고..

개주인을 찾아가 겨우 떼어놓았으나....

이미 큰 상처였나봅니다.

상처는 등밑쪽이었는데....

 

한낮에 빌라아줌마가 급하게 불러 뛰어내려가보니

그런 모습으로...길 한가운데 그 아이는 누운 채로...

진도는 주인에게 혼나며 엎드린 채로...

빌라아줌마는 차마 다가가지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진도는 그녀석을 입에 문 채 한참을 내달려 저쪽 길가로 가서야

주인의만류로 아이를 입에서 놓았던 것이지요..

 

이쁜 아이는, 너무너무 참하게 생긴 그 고운 아이는 그렇게 엎드린 채 널부러져있었습니다.

동공은 풀린 채로...

이미 죽은 것 같아보였으나 그래도...

그래도 숨이 붙어있어...서둘러 병원에 가면 어쩌면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동생네를 부르러 지켜보던 동네 사람을 집으로 보내 기다리는 그 짧은 동안에

아이의 숨은 잦아들었습니다.

눈앞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오그러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를 쓰다듬으며 조금만 조금만 버티자 조금만 조금만 숨을 잡아봐....

안타깝고안타까워....

 

눈도 못감고...

그 여리디여린 숨이 조금씩 잦아들며...

좀 더 벌어진 입으로 힘든 숨을 몰아쉬며 마침내 그 숨도 멈추버렸습니다.

영영...멎어버렸습니다.

 

망연히 지켜보며,,,그래도 혹 숨이 남은 거 아닐까...다시 보고 또 보고...쓰다듬으며...

이미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요...

 

종이박스를 가져와 수건을 둘러 아이를 넣어주고

빌라아줌마와 동생 커플과 숲으로 가 기슭 아래에 아이를 묻어주고 돌아왔습니다.

도무지 파지지않는 흙이라 박스채로도 못묻고

아이몸에 파란 수건만 둘러주어...

아이에게 흙이 덮히는 것을 보며 빌라아줌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고...

저는 내내 눈물 한방울 흘리지않았습니다.

눈물도 나지않고...

그저 어이없고 허망한 마음입니다.

 

인간의 부주의로 또 한아이가 목숨을 다하였습니다.

귀하고 귀한...아깝고도 아까운 한생을 다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