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보다 실사구시 구현…상근인력 100명 목표”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공식출범 준비에 바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는 “내가 자꾸 앞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피했다. 그러나 일단 마주 앉고 난 뒤에는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막힘없는 열정을 끝도 없이 쏟아냈다.
왜 지금 민간씽크탱크가 필요한가.
= 희망제작소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운동이다. 그동안 미래 사회를 정책적으로 구상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한 여러 혼란과 비효율, 낭비가 있었다. 이제 우리의 방향은 거창한 이념보다는 실사구시다. 희망제작소 이후에 이런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현재의 정당 부설 연구소 등도 자극을 받을 것이다.
비슷한 취지의 다른 씽크탱크들도 있다.
= 진보진영의 씽크탱크는 대체로 서너명의 상근자가 있고, 대학 등에 자리잡은 교수들을 묶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국가적·지방적 의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상근 역량이 필수적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처럼 100명 정도의 상근연구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위에서 외부의 여러 연구집단과 연계를 갖는 게 중요하다.
교수나 박사학위 소지자 등의 참여가 눈에 띄지 않는데.
= 일반 연구소에선 박사급 연구위원들이 1년에 논문 두어개 쓰는 게 전부다. 실제 내용을 봐도 공허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우리는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중시하면서 실천적 감각이 탁월한 연구소를 지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론’ ‘담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아닌가.
= 물론이다. 다만 우리는 시민들의 삶에 녹아 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귀납적으로’ 담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정책은 현실에서 부딪치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다.
재정적으로는 어떻게 운용할 건가
= 회원들의 후원금 등이 기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산하는 아이디어와 정책에 대해 오래 전부터 갈증을 느껴온 집단이 많다. 기초자치단체가 대표적이다. 1년에 10곳의 기초자치단체로부터 1억원씩 받아도 얼마인가.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방식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도 정치권은 박 이사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 특정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일조차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나.
= 그동안 내가 특정 정당과 특정한 관계 맺은 적 없다. 그렇게 하면 희망제작소와 나 스스로의 행보를 좁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정치적 잣대 없이, 헌신적으로 지역공동체를 혁신하려는 지자체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는 것이다. 잠깐의 오해는 금세 해소될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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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24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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