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기사펌]“맹수 키워먹는 사회가 참극 불렀다” - 뉴스메이커 651호

사랑방

[기사펌]“맹수 키워먹는 사회가 참극 불렀다” - 뉴스메이커 651호

  • 이옥경
  • /
  • 2005.11.28 04:43
  • /
  • 1201
  • /
  • 80
soc2_2.jpg soc2_3.jpg

도사견에 물려 죽은 소년의 억울한 죽음… ‘식용’ 도사견은 야수나 다름없어

지난 11월 초 경기도 의왕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 권모군이 도사견에 물려 사망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사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처참함과 함께 이 불행한 사건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가 축약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고사가 그렇듯 권군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부모의 이혼, 어쩔 수 없는 가난, 외조부모의 오랜 기간의 출타, 이웃과 학교와 해당 관청의 무관심이 권군의 죽음을 불렀다.
그런 의미에서 권군의 죽음은 일종의 ‘사회적 죽음’이다.
그러나 이 불행한 죽음의 1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권군과 그 가족이 키웠던 도사견이다. 이 무력한 초등학생은 맹수나 다름없는 도사견 5마리와 함께 장기간 방치돼 있었으니 그는 늘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냈던 셈이다.

권군을 사망케 한 도사견은 몸길이가 1.3m나 된다. 수의사들은 이 도사견의 무게를 6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 사육사들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거대한 몸집으로, 초등학생이 돌보기에는 애당초 무리였다는 얘기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이 도사견을 포획하기 위해 무려 6명의 경찰관과 소방관이 동원됐고, 생포에 실패한 경찰은 결국 권총으로 사살해야 했다.

도사견은 일본의 고치현 도사(とさ)가 원산지다. 1800년께 일본의 아키타견을 비롯한 토종개들이 서양 개들과의 싸움에서 연속적으로 패하자 화가 난 투견인들이 마스티프, 그레이트 데인 등 초대형 개들과의 교배를 통해 개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견할 때 정면승부를 좋아하며 중간에 말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도 일부 애호가와 투견인들이 도사견을 키우고 있지만 ‘사고’를 내는 도사견은 대부분 식용으로 키우는 ‘잡종’ 도사견이다. 전국에서 보신탕용 도사견을 키우는 농장은 통계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개체 수는 수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식용 도사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는 “전국 보신탕 수요의 70% 이상을 잡종 도사견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한다. 도사견보다 더 좋은 수익을 내는 품종이 아직 없기 때문에 식용 도사견의 사육은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 임씨의 말이다.

생포에 실패해 권총으로 사살

문제는 식용 도사견 농장이 주택지역과 가까운 곳에 별다른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식용으로 키우는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육, 도살, 유통 과정에서 특별한 법적 제재와 관리를 받지 않는다.

도사견 농장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임씨는 그간 별다른 인사사고를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도사견의 ‘흉폭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다. 그는 작년 잠깐 외출하는 사이 도사견이 ‘동료’ 개인 도베르만을 물어 죽인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5년 전에는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을 물려 중지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민감한 어미들은 출산하자마자 새끼를 통째로 먹어버리는 흉포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직접 찾아간 곳은 경기 북부 지역 야산에 자리잡은 한 도사견 농장이다. 이곳에선 잡종 도사견 약 3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모견을 제외하고는 다른 개는 일절 키우지 않는다. 그는 식용 개로 도사견을 키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도사견은 생후 8~10개월 만에 40㎏에 이를 만큼 생장 속도가 빠르다. 육질도 좋다. 식당 주인들도 도사견이 토종개에 못지않은 맛을 낸다며 만족한다. 한 번에 새끼를 10마리 내외를 낳을 만큼 번식률이 좋은 점도 도사견을 키우는 이유다.”

철망이 쳐진 ‘식용 도사견’ 우리에 접근하면 귀를 찢는 것 같은 울부짖음에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뛰쳐나오고 싶은지 철망을 입으로 물어 뜯고, 심지어 우리 천장을 머리로 받는 개도 있다. 기나긴 개 우리의 회랑을 지나가면 개들의 원한과 울분이 고스란히 느껴져 전율스럽기까지 하다.

전국적으로 그간 큰 사고를 낸 견종의 대부분은 도사견이다. 2003년 전남 고흥에서 일어난 2건의 사망 사고는 정말 충격적이다. 이 지역 주민 장모씨는 그해 5월 인근 민가에서 식용으로 키우던 도사견 8마리의 집중 습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접수 후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도사견을 주민에게 돌려줬는데 한 달 뒤 이 도사견들의 공격으로 같은 마을 박모씨가 숨지는 엽기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법원은 위험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의 직무태만을 인정, 박씨의 유족들에게 39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식용 도사견은 덴, 롯데와일드, 피플 등 엄청나게 덩치가 큰 견종과 교배해 태어난다. 상대 견종 역시 대부분 잡견으로 좋은 육질과 빠른 성장 속도를 감안한 나름대로의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농장은 최소 200~300마리에서 1000마리가 넘는 도사견을 사육한다. 2~3인 정도의 인력이 사육 비용, 농장 시설유지비 등을 빼고 월 300만~400만 원의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1000마리 정도는 사육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문제는 10마리 이하에서 수십 마리 정도의 도사견을 ‘부업용’으로 키우고 있는 농가도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돼지보다 키우기 쉽고 수익률도 높다는 점에서 ‘도사견’ 부업 양육은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지역에 근접해 있고, 전문적인 농장보다 안전대책이 소홀하기 때문에 이들 부업용 도사견의 위험지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원한의 울부짖음에 전율 느껴

식용 도사견이 순종 도사견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사육 환경이 극히 열악하고, 사육 과정에서 일체의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약 10개월 간 그들은 우리에 갇혀 단 1시간의 외출도 허락되지 않는다. 맹렬한 본성이 사육과정의 열악함에 의해 증폭·배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맹수들이 자칫 풀려나 인간의 거리로 내려왔을 때의 상황은 가공스럽다. 도사견 사고의 대부분은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식용 도사견 업계는 경기 불황 때문에 지난 몇 년 간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식용 개의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근(600g)당 4000~5000원대의 가격을 이미 회복했고 내년 여름철에는 근당 6000원까지의 가격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사육 마릿수를 스스로 제한했던 농장들이 대부분 출하 물량을 늘려 잡고 있는 추세다.

‘부업용’ 도사견 더 위험해

기자의 취재에 응했던 경기 북부의 농장주도 내년 여름까지 현재의 300마리에서 700마리 수준으로까지 사육 마릿수를 늘릴 계획이다. 식용을 위한 맹견 사육이 늘어나면서 제2, 제3의 권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축이 아닌 애완 동물인 까닭에 관계 당국의 맹견 관리와 규제 기준은 거의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미국과 호주 등에서 맹견의 번식을 막고 개주인의 사고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을 잇따라 만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사회의 식용 개고기 문제는 동물 애호의 문제에 앞서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식용 도사견들이 종합 백신 정도만 맞고 광견병 예방주사를 거의 맞지 않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도사견이 보신탕용 식육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안전사고가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사견의 위협, 이렇게 피하라

개는 상처받기 쉬운 동물이다. 칭찬과 질책에 민감한 동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난폭한 개라도 제대로 훈련받으면 사람을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 식용 도사견이 위험한 이유는 그들의 맹렬한 성질이 평생 아무런 훈련이나 제재도 받지 못한 채 방기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우선 유기된 도사견을 만나면 절대 접근해선 안 된다. 대부분의 식용 도사견은 인간 혐오와 욕구 불만에 가득 차 있다. 맹견 전문 수의사들은 도사견 등 맹견류의 상당수가 허리를 굽히고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행동에 공포를 느낀다고 말한다. 머리를 두드리면 자신이 제압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도사견이 꼬리를 흔드는 것을 반가움의 표현으로만 생각하면 오해다. 꼬리를 수직으로 세워 좁게 흔드는 것은 상대를 맞았을 때 도망가야 할지 공격해야 할지 망설이는 상태다. 이때 개를 만진다면 바로 공격해올 수 있다.

도사견은 풍모부터가 워낙 험상궂기 때문에 이같은 개를 처음부터 만질 만큼 담력이 큰 사람은 드물다. 보자마자 혼비백산 도망치는데 이같은 행동이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침착하게 ‘걸어서’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피하는 요령이다. ‘크르렁’ 하고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소리를 낼 때가 가장 위험하다.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다.

몇 년 간 도사견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희생자는 대부분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 등이었다. 평소 거주 지역의 환경을 잘 살펴 애당초 이같은 위험에 이들을 노출시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권군 사건에서 보듯, 어린이와 노약자는 도사견을 물리적으로 이겨낼 힘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기홍〈객원기자〉 glutton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