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공포에 휩싸인 아시아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중국의 \'다롄\'은 생소한 지역일 것이다. 그러나 활력 넘치는 인구 6백만의 이 항만 도시는 중국 동북지구의 샌프란시스코라 할 만한 곳이다. 다롄은 중국의 상하이, 홍콩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외국인들에 의해 건설된 항만 도시로 만주 지역으로 통하는 중국 상업의 관문으로 자리하게 되었으며, 향후 십 년 이내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도로의 서쪽 경계에 항구를 건설하고 \'다르니 (Dalny)\'라 명명했다. 러시아는 뤼순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유일한 부동항인 다르니, 러시아어로 \'Port Arthur\'를 건설했는데 이항구는 정확히 100년 전, 일본의 지배 하에 들어갔으며 오늘날은 해군 기밀 핵잠수함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본래 은밀하게 이 항구를 살펴보려던 시도와는 달리 필자는 11명의 중국인과 두 대의 차량, 경찰, 경호원들과 함께 이 곳을 방문했다. 필자는 다롄에서 두 기념일에 주목했다. 이미 잊혀진, 그러나 의미있는 1905년의 러-일 전쟁이 올해로 발발 100주년을 맞았고, 60년 전인 1945년, 중국은 8년 간의 전쟁과 3000만 중국인의 희생 끝에 일본으로부터 승리를 거두었다. 대부분의 서구인들은 중국이 제 2차 세계대전의 중요 동맹국으로 150만 명의 일본 군인을 희생시키고 일본군에 패배를 안긴 사실을 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뒤로 하고, 현재 모든 뉴스는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후난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는 58명에 이르렀다. 한편, 최근 캄보디아에서 네 명의 농부가 추가로 사망해,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아시아의 사망자 수는 총 62명으로 늘었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에는 감염된 가금류나 그 배설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에 원인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직 인체간의 감염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간 문제일 지 모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지의 일면에는 중국 남부농장의 노동자들이 수 백 마리 닭을 사육하는 사육장 바닥에서 그대로 자고 있는 사진이 실린 바 있다. 이전에 발생했던 유행성 전염병들은 각종 동물들이 혐오스러울 만큼 잔인하게 처리되고 있는 비위생적인 중국 남부의 시장이 그 근원지였다. 한편 사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중국 전통 약재에 사용되는 박쥐의 배설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중국은 사육하는 가축 및 관련 시설은 물론 국가 전체를 정화 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중국 해안도시의 거리들은 매우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변모했으며 이는 주요하고 또 반가운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악습을 한 번에 타파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정부의 감독관들이 도시 구석구석을 모두 관리하는 데도 역시 한계가 있다.
지난 주, 베이징시는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다른 국가들도 이 같은 조치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 역시, 국제선 운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을 경우 즉각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단 한 두 건만 있어도 전 세계의 운송 산업 및 무역에 일시적 마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출에 국가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긴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스위스 로슈 (Roche)사의 \'타미플루 (Tamiflu)\'에 대한 복제의약품 (제네릭)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타미플루\'는 로슈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항바이러스 약품으로 인플루엔자 증상의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타미플루\'의 주요 활성성분(active ingredient)은 중국의 약용식물로 \'오향\'의 재료가 되는 \'팔각 (star anise)\'이다. 로슈사는 활성성분 쉬킴산 (shikimic acid)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으나, 팔각의 공급은 여전히 모자란 상황이다. 이에, 한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로슈에 대해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하라는 대만의 압력에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 거위 사육 두수의 총 75%, 오리의 50%, 닭의 25%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인체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기 위한 초 경계 태세에 있다. 인체 감염에 대한 우려는 급성장하는 자국의 수출 및 식품 공급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상업적 이유에서 도살되는 것 만큼이나 많은 수의 조류들이 위생을 이유로 무참히 도살되고 있다. H5N1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을 치료할 백신은 현재 헝가리가 개발 중에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조류 인플루엔자가 인체에 감염된다면, 이의 전파를 막을 유일한 수단은 격리일 것이다.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 독감의 사례에서 보듯 바이러스는 가장 먼저 취약한 대상들을 공격할 것이고 인체에 저항력이 형성됨에 따라 그 독성이 점차 소멸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에 가장 취약한 대상은 바이러스의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문맹 상태에 있는 아시아의 농부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초기 코감기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중요한 생계 수단인 가축들을 쉽게 폐사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테러와 유가, 허리케인의 위협은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가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재앙에 비하면 오히려 미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