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 체험관은 비생태적 동물오락 행사입니다.

보도자료

동물 체험관은 비생태적 동물오락 행사입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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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8.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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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에서 8월 30일까지 신당역에서 열리는 곤충 파충류 체험 박람회는 부안곤충농장영농조합법인이 주최하고 전라북도교육청과 전라북도부안군청 등이 후원하는 행사이다. 최근 몇 년 간 백화점과 전시관 등지에서는 아이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해 많은 체험관이 열리고 있다. 어린 시절 박물관 등지에서 박제한 곤충을 본 적이 있으나 최근 유행하고 있는 체험관은 기존의 전시회와는 매우 색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동물을 직접 체험한다는 것이고 그 체험이 주로 ‘만져보기’라는 점이다. 


만져봐야 사랑할 수 있다?

역사 안 전시관은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은 곤충/파충류관으로 곤충박제뿐 아니라 직접 곤충과 파충류를 만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뱀을 비롯한 각종 파충류를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안내요원이 이를 적극 권유하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시관 중간에 붕어잡기 체험관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손그물을 휘저어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고 있었는데 붕어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중간에 몰려 있었다.

한쪽 공간은 소동물관으로 팬더랫과 페릿, 프레디독, 기니피그, 고슴도치, 설가타육지거북, 저빌, 백쥐 그리고 햄스터와 토끼가 있었다. 이 중 체험의 절정은 햄스터와 토끼 만지기이다. 안내요원이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주의를 주러 다가가기 전부터 토끼는 아이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리저리 옮겨지고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동물들을 교체해 주고 있으며 함부로 만지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어 큰 사고는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냥 전시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동물을 직접 체험하게 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 만져봐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올바른 동물사랑의 방법인가? 


상업성이 전제된 체험관

체험관의 입장료는 만원이다. 오전에 일찍 체험관을 방문한 아이들에게는 선착순으로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무료로 나누어주며 동시에 각종 곤충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체험관이 상업성과 결합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기존의 동물원 입장료는 동물들을 강제적으로 전시해놓고 값싸게 즐기려는 관점에서 책정된 가격이라는 점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어른 3000, 청소년 2000, 어린이 1000) 만원이라면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데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이 체험전을 개최하고 있는 주체는 민간자본에 의해 설립된 회사이다. 지자체 등으로부터 보조를 받는 동물원과는 달리 평균 만원 정도의 입장료와 기타 판매수익금, 고객을 끌기 위한 눈요기 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수익을 올리기 힘들 것이다. 박제된 곤충만을 보기 위해서 만원을 지불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생태체험전을 주최하고 있는 부안곤충영농조합법인은 이 체험전 뿐 아니라 곤충 도매 및 판매, 파충류 판매도 함께 하고 있으며 부안의 곤충해양생태원은 파충류와 흥단딱정벌레 등 희귀곤충, 미니돼지, 페릿, 장수풍뎅이, 강아지 등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만져보는 체험의 메카”를 내세우고 있다. 주최 측은 행사 후 설문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는 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이구아나를 만져본 경험은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신기할 수 있으며 이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이들은 그 동물들과 소통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만지며 색다른 경험을 하고 그것을 “사랑”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야생종의 산업화, 그 문제점

체험관 관계자들은 체험관내의 동물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관리란 무엇이며 과연 전문가들이 돌봐주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체험관의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야생동물들이다. 사육의 역사가 길지 않은 야생동물의 경우 그 종의 생태적 환경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아 무분별한 도입과 사육시도가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인간은 순화가 용이한 동물들을 개량에 개량을 거쳐 가축으로 정착시켜왔다. 그러나 오랜 기간 가축화된 동물들조차 그 생태적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땅을 코로 파서 유기물들을 찾아먹는 본능이 있는 돼지들에게 콘크리트 바닥은 매우 스트레스를 조성하는 환경이다.

현재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1400마리 곰의 90%에 해당하는 반달가슴곰은 CITES 협약 부속서 I 국제거래금지종에 해당하는 야생동물이다. 2005년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육장의 곰들은 창살에 몸을 부딪히거나 앞뒤로 계속해 왔다 갔다 하는 등 반복적인 정형행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 역시 야생동물의 사육화에 따른 결과이다.

2001년에는 오소리, 뉴트리아, 타조 등이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었다. 정부는 오소리를 가축화함으로써 밀렵을 예방하고 곰의 담즙성분과 유사한 오소리의 담즙으로 곰을 보호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본래의 취지는 오소리 등 가축의 산업화였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 시속 90km로 초원을 달리는 타조의 본능과 생태가 보장되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곤충시장이 2007년에는 1000억 원대에 이르렀고, 2015년이면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최근 [곤충자원의 개발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생태교육을 지원하고 생명존중 등 국민정서 함양에 이바지한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인 목적은 곤충을 이용한 산업화이다. 법상 ‘곤충자원’이란 용어 자체가 산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거나 실제 또는 잠재적으로 용도가 있는 곤충유전자, 곤충생체, 생체의 부분, 개체군 또는 곤충의 구성요소를 말한다. 즉 이 법에 따르면 곤충은 생물이기 이전에 이용가치가 있는 자원이다.

곤충은 현재 동물보호법 상 보호대상 동물이 아니다. 따라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산업화의 길이 열린다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곤충이 얼마나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논의는 과학적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렁이를 밟아 죽이거나 잠자리의 날개를 찢는 일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은 인문사회학적 환경에서 가능하다. 우리는 자연을 함부로 평가하고 훼손해온 20세기를 반성하는 시점에 와 있다. 야생동물의 산업화는 이 발전적 논의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이다. 무엇보다 곤충이 단순히 자극에 따른 반응을 보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성과는 더욱 풍부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정부에서는 1991년부터 2년간 2억 달러를 투입해 인공생물권을 만들고 남녀 8명과 150여 종의 농작물, 돼지 닭 등 4000여 종의 생물이 생태계를 이루어 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결국 일반 곤충과 식물은 모두 죽고 개미와 바퀴 잡초만이 살아남았다. 이 실험은 자연의 복잡하고 미묘한 이치와 원리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을 들여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간이 아무리 동물의 생태적 조건을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이는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형태의 사육은 비환경적이며 비생태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자연의 동물들과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몇 년간의 사육경험으로 그 동물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면 이는 지나친 오만이다. 하물며 잠깐 해당동물을 만졌다고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왜곡된 생태관을 심어주는 모든 형태의 동물체험관은 마땅히 사라져야 할 행사이다.

 

2009년 8월 24일

동물자유연대

 

* 이 글은 8월 24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