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야생동 ·식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에 관한 의견서
지난 3월 20일 환경부는 야생동 ·식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하기로 입법예고하였다. 환경부의 개정안은 “집비둘기로 인한 분변 털날림 등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여 “도시주변에서 건물, 시설물 등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하여 시장 군수 구청장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환경부의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한다.
1.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의 개체수 조절에도 인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해야생동물에 해당하는 종을 늘이는 것은 시대적 요청에 맞지 않는 행위이다.
2. 효율적 관리를 명목으로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하게 되면 총포, 독극물 사용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유해야생동물 조절을 명목으로 각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냥행위에서 충분히 경험했으며 이는 인간과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3. 비둘기는 고양이와 같은 영역동물로 일방적인 포획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4. 도심의 비둘기 문제는 일방적인 민원해소가 아닌 비둘기 개체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이는 동물복지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핵심적인 사안이다.
현행법상 유해야생동물에 피해가 있을 경우,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으면 포획할 수 있다. 즉 비둘기가 멧돼지 등과 같이 유해야생동물이 되면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포획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만큼이나 무분별한 사냥과 포획에 따른 후유증, 그리고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름에 따라 인도적인 공생관계를 찾고자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연천, 평창, 무주군 등이 농가와 지자체가 자체부담으로 전기펜스를 만들거나 동물을 직접 죽이지 않고 쫒는 방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실례이다. 이는 각 지역에 서식하는 해당동물의 생태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 포획이 이루어지는 경우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식견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양이와 비둘기의 경우처럼 야생과 비야생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모호하고 이미 인간사회에서 길들여져 야생의 습성이 상당부분 소실된 동물의 경우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고양이와 비둘기는 영역동물이라는 특징 때문에 함부로 포획할 시 다른 지역에서 다시 동물들이 유입되는 진공현상의 위험마저 커진다. 길고양이에 대해 TNR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현재 도심에 살고 있는 비둘기를 일방적으로 야생동물로 규정. 포획허가를 내어주면 한 곳에서 포획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다시 비둘기가 유입되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실지로 일 년에 두 차례 알을 낳는 야생비둘기와 달리 도심의 비둘기는 생존의 조건만 가능하면 사계절 모두 생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의 기회가 많아지면 더 많은 알을 부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또한 포획이 허가되면 총포, 독극물 등의 사용으로 인간과 환경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무엇보다 그 비인도적인 행위는 도시인들의 민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현재 비둘기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비둘기들이 더럽고 세균과 질병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5년 미국 비둘기 수의사 협회(the Association of Pigeon veterinarian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둘기는 다른 애완동물과 같은 세균수치가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과 비둘기 간의 세균감염의 위험이 인간들이 다른 세균에 감염될 수 있는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미국의 새방지 전문가 샬롯 돈넬리 Charlotte Donnelly 가 Cincinnati environment Advisory Council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둘기에 의해 어떤 병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률은 사람들이 벼락에 맞을 수 있는 확률보다 낮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수의학 박사 데이비드 테일러씨는 ‘50년간의 수의사 활동에서 비둘기와 연관된 사람의 질병에 대해 보고 들은 적이 없으며 인간에게 해가 된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지로 비둘기들을 관찰하면 그들이 항시 깃털을 다듬으면서 청결하게 자신을 관리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외출 후 혹은 음식을 먹기 전 손을 씻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에게서 세균의 존재는 피할 수는 없다. 장염, 조류바이러스 등의 온갖 질병이 비둘기를 통해 퍼져가고 있다는 주장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비과학적인 가설에 불과하다.
비인도적인 포획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반성에 의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둘기의 수를 인도적으로 조절하고자 노력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스위스 바젤대의 한 논문에 따르면 비둘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먹이 공급을 제한하는 것이었고 스위스 바젤시는 인위적인 먹이 공급을 줄이는 실험을 통해 2년 만에 비둘기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2005년 한 방송의 제작진에 의해 부산의 용두산 공원에서 먹이통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먹이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먹이활동지수가 높아지고 배설물이 많았던 휴식장소에서 비둘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사례도 있다. 현재 런던, 아틀란타, 워싱턴, 라스베가스 등에서도 인도적인 방법으로 비둘기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호주 역시 화약제품 사용 및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의 여러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인위적인 음식제공을 금지하여 비둘기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
2) 건물에 둥지를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적을 이용하거나 스파이크 등을 옥상 등 원하는 구역에 설치한다.
3) 건물의 처마 등 구멍을 봉쇄한다.
4) 시력이 좋은 비둘기의 특징을 이용, 독수리 올빼미의 눈을 그려 하늘에 날리며 정기적인 소음을 내준다.
5) 거울에 반사된 빛을 두려워하는 특징을 이용, 거울을 설치한다.
*비둘기 개체수 조절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생태학적 인도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비둘기를 일방적으로 유해조수로 규정하고 효율적 관리의 명목으로 지자체에 사실상 포획허가를 내어주는 시행규칙 개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09년 4월 7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