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발표된 미국 식품의약국의 동물복제위험평가 초안에 관한
WSPA와 전세계 협력단체의 성명서
19 January 2007
1. 144개국의 750여 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물단체연합인 세계동물보호연합(WSPA)은동물복제기술을 사용한 육류와 우유 생산을 허용하려 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근 방침을 강력히 비난한다.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점을 유발하는 그와 같은 조처는 납득할 수 없으며 그것은 생산성의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정책이다. 이미 미국의 육류와 우유 생산량은 국내 수요를 초과한 상태로 가격 또한 최저가를 형성하고 있는 와중에 굳이 동물복제를 도입해 생산량을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동물복제를 통한 식품 생산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여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2. 우리는 식품 안전성 측면에 있어서 이미 도출된 결론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FDA는 다른 중요한 이슈들은 제쳐두고 긍정적인 결과들만을 강조함으로써, 동물복제의 상업화가 불러일으킬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논쟁의 핵심에서 배제시키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조처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3. 지난 2006년 12월 2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실린 FDA의 성명서에 따르면, “복제 자체가 동물의 건강에 끼치는 위험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문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마치 상업적으로 동물을 복제하는 것이 동물복지의 측면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여질만한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사실상 문제가 되는 것은 FDA의 “동물복제의 위험평가 초안”에 제시된 바와 같은 “위험” 그 자체가 아니라 복제시술의 “빈도”와 “정도”의 수준이다. 복제된 배아는 대부분 착상 초기 단계에 죽는다. 임신 기간 동안 착상에 성공하여 살아남은 극소수의 복제 배아들 중 3분의 1은 태어나기 전 또는 태어난 지 단 몇 달 안에 죽는다. 그리고 성장기까지 살아남는 복제 동물의 상당수가 심각한 신체 기형을 안고 살아간다. 다른 과학기술 분야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라는 구실이 상업적인 동물복제의 허용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동물복제는 다른 여타 과학기술분야보다 양적으로 훨씬 더 많은 시행착오와 (동물의) 희생을 요하기 때문이다.
4. 더구나 복제된 동물의 상당수는 개별 생산성이 두드러지게 높아 복지를 침해당할 소지가 더욱 크다. 예를 들면 복제를 통하여 과도하게 큰 젖을 갖게 된 암소의 경우 다리부상의 위험이 높으며, 유방염이나 제엽염 같은 병에 걸리기 쉽다. 생산성이 높은 동물들을 복제함으로써 야기되는 이러한 문제들은 결과적으로 동물들을 부당하게 혹사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올 것이며,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오직 생산성에 근거하여 유전자를 선별하고, 사지기형과 같은 결함을 영속화시키는 동물복제의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5. FDA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복제된 동물 그 자체가 식품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동물복제에 의한 식품 생산이라 함은 복제된 동물 간에서 성적으로 번식되거나 복제된 후손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경우, (복제된 생물을 직접 이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복제에 의한 식품 판매를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쨌든 복제된 동물 자체를 식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복제용으로서의 가치가 높다할지라도 일단 고기의 생산에 한번 이용된 복제 생물은 번식용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처분되어야 할 것이며, 복제된 암소가 생산하는 우유는 그대로 버려지기보다는 어떻게든 판매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 미국의 퓨 재단(Pew Foundation, 미국의 석유재벌인 퓨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으로 예술, 전통, 건강, 웰빙 등 사회 공공 이슈에 대한 연구를 지원함 )에서 2006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4%의 미국시민들이 동물복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에 비추어볼 때 FDA가 복제동물생산 표기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캐나다와 유럽 연합 등 다른 나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동물복제에 대한 반대 비율은 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욱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7. 미국에서 동물복제에 의해 생산된 고기와 우유의 판매가 허용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WSPA는 다른 모든 국가들이 연대하여 이러한 제품의 수입을 단호히 거부해줄 것을 요청한다. 복제식품과 복제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 식품은 화학적인 성분 차이를 통해 구별될 수 없으므로, 별도 표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제 식품은 식품 유통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라 각 국가는 이와 같은 제품 수입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 그 관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협정의 어떠한 내용도 협정 체결국으로 하여금 다음을 위하여 반드시 적용 혹은 집행되어야 할 조치를 방해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a) 공중 도덕의 보장
b) 간과 동물, 식물의 건강 보호
이 조항은 현재 동물복제식품의 상업화를 허용하려하는 미국 정부가 과거에 개와 고양이 모피 수입의 금지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내세웠던 바로 그 규정이다.
WSPA는 유럽 연합과 그 외 다른 국가의 정부, 여러 정부간 기관들에 압력을 행사하여 동물복제식품 수입 금지 정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며, 관련된 협력 단체들을 통하여 각 국가에서 동물복제식품의 상업화의 반대 운동을 조성토록 할 것이다.
8. FDA는 자체적으로 동물복제의 윤리성 문제를 다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내세우고 있지만 동물복제식품을 허가한 주체로서 FDA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FDA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2006년 12월 27일 워싱턴 포스트지를 통하여 “ 이 문제에 있어서 FDA의 역할은 과학적인 근거를 평가하는 일일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는 이 성명을 통하여 바로 그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동물복제 과정에서 동물의 복지 저해의 징후로 평가되는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과학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WSPA는 FDA에게 긴급하게 요청한다. FDA는 동물복제기술의 상업화를 통한 식품 생산을 허용하려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최근의 일시적인 유예상태에서 벗어나 보다 강력하게 동물복제를 통하여 생산된 식품의 판매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
동물자유연대는 WSPA의 회원단체로써 또한 동물복제를 반대하는 입장으로써 WSPA의 성명서에 적극 동참한다.
FDA는 동물복제제품 표기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자연적으로 생산된 축산물과 복제를 통하여 생산된 축산물은 화학성분의 차이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별도 표기없이 동물복제에 의해 생산된 식품이 유통될 경우 이것은 축산물 유통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동물복제를 통하여 생산된 식품의 판매가 허용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하여 외교통상부는 식육, 유제품, 기타 육가공품을 막론하고 동물복제를 통하여 생산된 식품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제제조치를 취하기를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