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복날..개의 눈물을 거둬주세요

온 이야기

복날..개의 눈물을 거둬주세요

  • 반려동물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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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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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함께 한 똥개들과 갑돌이...여름철 개의 눈물을 거둬주세요.
 
▲ 정 많고 듬직한 갑돌이 평생을 짧은 줄에 매여 살다 구조되어 못 올라가고 못 넘어가는 곳 없는 점프의 왕 갑돌이
 
갑돌이는 우리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짧은 다리에 적당히 오동통한 누런 빛깔을 한 ''똥개''입니다. 동네 모르는 곳 없이 온종일 쏘다니다가 밥 때가 되면 귀신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대한민국의 똑똑한 똥개.

미용이나 목욕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1년에 두 번 털갈이로 말끔해지니까요. 산책도 필요 없습니다. 네 발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이 놀이터니까요. 어떤 날은 주인 할머니를 따라 쫄래쫄래 밭에도 갔다가 조금 힘들면 시원한 그늘 밑으로 들어가 유유자적.

비 오는 날은 처마 밑에 자리를 잡고 빗줄기가 약해지기를 기다리지요. 주인 아저씨가 귀가하면 방방 뛰면서 왜 이리 늦었냐 투정도 부립니다. 우리 똥개들은 소처럼 일을 하지도 않고 돼지처럼 재산이 되지도 않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풍경이 되고 삶이 됩니다. 참 신기하죠?

똥개와 함께 울고 웃었던 어린시절
 
▲ 갑돌이의 최종 목적지 훌렁훌렁 넘어 다니고 돌아 다니다가도 최종 목적지는 항상 좋아하는 사람 앞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등학교 시절, 방학마다 머물렀던 외가에서 저는 늘 갑돌이 비슷한 개들과 방학을 함께 보냈습니다. 포도와 사과 과수원을 하던 외가에는 흔히 얘기하는 똥개들과 고양이가 항상 있었습니다. 이들과 저는 초등학생 시절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때면 어김없이 만나 재미있는 추억들을 쌓았고 때로는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막 태어난 어린 고양이를 쓰다듬다가 어미고양이에게 응징을 당해 울고불고 난리를 피운 적도 있었고 똥개라고 부르는 개들이 정말 똥을 먹는지 궁금하여 한참을 숨어서 지켜보기도 했지요. 할아버지의 담배 심부름 길에는 늘 똥개 1, 2, 3이 보디가드를 해주었고 그 보상으로 저는 가게에서 사 온 과자 한 봉지를 녀석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어떤 날은 쳐다보기도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던 달달한 우유맛의 서주 아이스 바를 똥개1, 2, 3에게 나누어 주는 호사도 제공했었지요. 그러다 외할머니에게 걸리면 "짐승한테는 그런 것 주는 거 아니다"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자를 나누어 주는 것은 보디가드를 해준 고마움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어떤 날은 좀 더 격하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가장 듬직했던 똥개1을 손수레에 태워 포도밭까지 달리기도 했었는데 10초도 안 되어 똥개1은 기겁을 하며 손수레에서 뛰어내려 줄행랑을 쳤던 기억도 있네요.
 
▲ 제대로 삐진 갑돌이 마당에 물만 뿌리고 아는 척 하지 않자 삐져버린 갑돌이
 
그런데 이상하게도 초등학생 이후부터 대학을 막 졸업하던 25살 무렵까지 저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동네 어귀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들을 만나면 무서워서 식은 땀을 흘렸고 개 짖는 소리가 나는 집이 있으면 빙~ 둘러서 다른 길로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안고 다니는 작고 앙증맞은 개들은 무섭지는 않았지만 귀엽지도 않았고 왠지 좀 재수가 없어 보였습니다.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으로 자주 등장했던 고양이는 정말로 귀신 같아 보였습니다.

동물에게서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관심도 없이 보낸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제 나이 24살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개를 키울 마음도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던 가족에게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그 상실감을 개로 달래라며 말티즈 한 마리를 사주고 갔습니다.

강아지일 때부터 사납고 안하무인이던 말티즈 ''철이''는 못된 성질머리로 식구들을 참 많이도 울렸습니다. 아버지의 과잉 사랑으로 평생 뚱뚱한 몸으로 임신한 것 아니냐, 개가 아니고 북극곰 아니냐는 말을 달고 사던 철이는 저에게 그리고 우리가족에게 많은 사랑과 신뢰를 주고 2011년 12살의 나이로 별이 되었습니다.

철이는 저를 지금의 동물보호활동가로 만들어 준 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째 달이의 입양을 이끌어 준 선배였고, 동물에게 관심이 없었던 우리 가족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해준 스승이었습니다.  

''짐승은 짐승일 뿐''이라면서도 꼭 새 밥을 주셨던 할머니
 
▲ 초복을 앞 둔 어느날 갑돌씨와 한 잔. 갑돌씨의 까만 주둥이가 마음을 울리던 날
 
철이를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철이를 데리고 외가에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철이를 안고서 물고 빨고 하던 저를 보고 외할머니께서는 짐승과는 뽀뽀를 하는 게 아니다며 만류하셨지요. 짐.승.이라니... 우리 귀한 막내 동생 철이에게 짐승이라니...

시간이 지나 저는 동물보호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철이를 처음 키울 무렵, 유기동물과 동물학대, 개식용이라는 말이 얼마나 낯설었는지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날 정도네요. 그런데 동물보호 활동을 하는 내내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외가의 사람들과 외가의 동물들에 대해 자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도 없이 짧은 줄에 묶여 더위에 허덕이는 개들을 보면 너른 과수원을 자유롭게 쏘다니며 사과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던 외가의 개들이 떠올랐습니다. 부패한 음식쓰레기가 담겨 있는 찌그러진 개 밥그릇을 보면 항상 새 밥에 그날 끓인 새 국을 말아 놓여 있던 외가 개들의 밥그릇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날은 특별히 생선살도 한 점 올려져 있었지요.

동물에게 함부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어이없이 촌스러운 이름이었지만 "길동아 ~ 삼국아 ~" 밥 때가 되면 그 이름들을 부르던 외할머니와 삼촌들의 다정한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듣고 멀리서도 쏜살같이 달려오던 외갓집 똥개들도 생각났습니다.

짐승은 짐승일 뿐이라 말씀하셨던 저희 외할머니께서 그 짐승들에게 먹다 남은 잔반이 아닌 새 밥에 새 국을 말아주신 깊은 뜻을 저는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그건 바로 배려였고 한 집에서 사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습니다.
 
▲ 개장수에게 팔려 가던 개의 구토물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던 개의 뱃속을 채우고 있던 썩은 김치
 
어떤 이는 어린 시절 놀러갔던 친구의 외가에서 늦은 밤 애기가 흐느끼는 서러운 울음에 밖으로 나가보았다고 합니다. 거기서 낮까지도 마당에서 꼬리 흔들며 폴짝이던 발바리가 나무 기둥에 목 매달려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 장면은 그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마음을 할퀴는 심적인 고통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애지중지 키우던 진돗개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수소문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소 개를 즐겨 먹던 옆집 사람의 부엌 고무 대야에 이미 도살이 되어 내장이 다 발라진 채 담겨진 모습을 발견하고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도심 아파트에서도 잠시 현관문이 열린 사이 가출한 소형견을 아파트 관리인들이 지하실로 끌고 들어가 잠시 후 봉지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CCTV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식용개 사육장에서 개들은 평생을 뜬장 안에서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더위와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곰팡이 핀 썩은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합니다. 그리고 뜬장에서 끌려나가 죽임을 당하는 동료의 모습을 코 앞에서 보며 하루하루 공포 속에서 살아갑니다. 

지난 5월에는 오토바이에 개를 빨랫줄로 묶은 채 주행하여 상처를 입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개는 네 발의 살점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온 몸에 심각한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개 주인은 "잡아먹으려고 그러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대수롭지 않아 합니다.  

여름날, 개의 눈물을 거둬주세요
 

▲ 끌려가지 않으려 버티는 개 개들은 죽음을 직감합니다.
 
일을 하지도 않고 재산이 되지도 않지만 우리가 개라는 동물을 가까이 두는 이유는 따뜻한 풍경과 마음의 평온과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가 ''갑돌이''를 먹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평생을 짧은 줄에 매여 억압 당하는 무료하고 슬픈 삶을 갑돌이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 자리에서 주인만을 바라봐 온 갑돌이를 복날이면 개장수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장수에게 끌려가는 개의 눈물을 더 이상 보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해 맑은 갑돌씨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주는 사랑 많은 갑돌씨
▲ 충성스럽고 우직한 갑돌이의 뒤태 나는 이렇게 사랑 많고 충직한 동물을 이 세상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갑돌아~ 부르면 갑돌이의 꼬리는 사방으로 춤을 춥니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꼬리에 담뿍 담습니다. 갑돌아~ 또 부르면 우직한 다리에 온 마음을 담아 쌩 하고 달려옵니다. 그렇게 갑돌이의 꼬리와 다리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근육이 생겼습니다. 나는 허영과 오만이 없으며 충직하고 정직한, 뜨거운 가슴과 큰 사랑을 품은 똥개 갑돌이를 참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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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갑돌이먹지마 2014-07-01 17:06 | 삭제

아..회사에서 딴짓하며 보고있었는 울뻔ㅠ 글 재밋고도 감동이네요..외할머니 생각이 급작스레 나기도하고(딴소리지만,,집에서 구박받는 개는 동네사람들도 무시하고 막한다고 무조건 이쁘다 이쁘다 하라고 하셨었던) 무시무시한 복날이 있는 여름이 왔네요...요즘엔 먹을것도 많은데...구지...보신탕을 왜 먹어야 할까란 생각이...웰빙시대! 올 복날은 강된장에 올갱이 넣어서 호박잎에 싸먹으며 수박 한 입 베어먹고 저녁에 신랑이랑 산책 한판 때리고 건강한 복날을 보내보렵니다~


서미선 2014-07-07 19:54 | 삭제

가슴을 울리는 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근육'이란 말이 와닿았습니다.


미바토 2014-07-11 05:30 | 삭제

정말 쓰레기보다 못한 무식한 인간들이....없어지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래요


최지혜 2014-07-17 20:28 | 삭제

내일이 초복이예요. ㅠㅠ 복날이면 무조건 보신을 해야한다며
몸에 좋지도 않은 보신탕을 먹으러가는 우리의 나쁜 악습..
하루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갑돌아~~넌 우리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