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원

전시·야생동물

동물원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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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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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리 및 운영실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원을 막연히 나들이 공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여 마음의 정화와 휴양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하며, 동물의 생태, 습성, 자연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고, 동물들의 생태연구와 관련된 학문들의 발전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번식시키고 이를 자연환경에 방사하여 생태계를 보전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동물원은 인간과 자연이 만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인 셈이다. 따라서 동물원의 시설 및 관리는 이런 기능들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동물원 시설은 동물들의 자연적 습성과 생태적 환경이 무시된 채, 주로 관리의 편리만을 쫓고 있다. 예를 들어, 창공을 마음껏 휘젓고 다녀도 부족할 조류들은 보기에도 답답한 낮은 천장을 가진 사방이 촘촘히 막힌 우리 속에 갇혀서 마치 박제처럼 그저 나뭇가지들에 앉아 있으며, 깊은 산 속을 거침없이 누비고 다녀야 할 맹수들이나, 넓은 들판을 질주하며 살아가는 초원지대 동물들이 모두 좁은 공간에서 무기력하게 어슬렁거리고 있다. 더구나 이들이 살고 있는 수용시설은 대부분이 풀 한포기 구경하기 힘든 시멘트 구조물들인데, 시멘트의 독성과 그 척박함 속에서 수용된 동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후권에서 살던 동물들이 무차별적으로 한 기후대에서 살도록 강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마다 여름이면 북극곰이 커다란 얼음덩이를 껴안고 물 속에서 첨벙거리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곤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북극곰의 고통을 절실히 느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협소한 비생태적 공간과 부적절한 기후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은 늘 크고 작은 부상과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자연치유력은 부적절한 환경으로 인해 크게 약화된 상태인데다가, 이들에게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전문 인력 또한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의 동물원 중에는 아예 수의사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이런 시설에서의 동물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폭력적인 감금상태라고 할 지경이며, 이로 인해 질병, 사고, 이상행동 유발이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동물들의 생활 환경을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동물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들의 그런 환경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이것은 동물들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화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비생태적 환경, 수용시설들 간의 배치 및 간격의 비생태성, 관리미비로 인한 수질오염과 불결한 환경은 동물원 운영이 동물원을 레저공간화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은 동물원을 단순히 동물들의 전시장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으며,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동물들을 하루 동안의 색다른 눈요기감 정도로만 생각하게 만든다.

동물들에 대한 이런 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동물원을 단순히 하루 동안의 색다른 경험의 공간 정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한다. 이런 인식하에서는 자연과의 직접적인 소통의 장으로서의 동물원이 갖는 중요성은 전혀 부각되지 못하며, 동물원에 대한 이런 몰가치적인 가벼운 인식은 동물원의 적자 운영의 한 원인이 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입장료를 인상할 수도 정부의 보조를 이끌어낼 수도 없다. 실제로 전국의 동물원들은 유명한 놀이공원들보다도 훨씬 싼 입장료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살아있는 생명이 놀이기구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적자를 메꾸기 위한 방안으로 동물원들은 동물쇼(돌고래쇼, 침팬지 쇼, 새끼동물 개방 등)를 프로그램에 넣거나 오락시설을 증설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동물원의 기능에 역행하는 것으로 동물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킬 뿐이다. 동물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이런 동물공연을 통해서 동물과 좀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며, 동물들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공연은 동물들을 인간의 한때의 즐거움을 위한 놀이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인간이 동물,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공연이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2. 관람

동물원 동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적절하고 충분한 관리의 부족에서 기인할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의 동물원과 동물들에 대한 몰이해에서도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단순한 휴식과 레저를 공간이라는 인식이 가장 지배적이어서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실제로 동물을 보기 위해서나 자연체험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동물들은 단지 놀이동산의 놀이 기구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들의 종을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먹을 것을 던져주는 것은 동물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거주 공간의 위생상태를 엉망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물원의 부대시설들도 동물원의 일부로서 동물들의 거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관람자의 편리와 학습을 도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동물원의 식당이나 매점 등의 편의시설들은 그런 점에서 미흡하다.
 
1. 생태동물원

동물원의 부실한 운영은 동물원에 대한 인식과 관련이 있다. 현재처럼 단순히 레저의 공간으로서만 인식한다면, 앞으로도 동물원은 더 아나질 것이 없다. 따라서 동물원의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동물원의 다양한 기능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동물원의 향방에 대해서 주로 거론되는 것이 ‘생태동물원''이다. 그러나 사실, 가장 이상적인 동물원은 동물원을 없애는 것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서식지와 생태적 환경, 습성 등을 강제로 박탈당한 현장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동물원도 비자연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멸종동물 보존과 학문적 연구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역시 동물원은 적절치 않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동물보호는 서식지에서의 보호와 연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선책으로 어쩔 수 없이 동물원을 택할 수밖에 없다면 역시 ‘생태동물원''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태동물원은 동물에 대한 연구와 멸종 동물 보존과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삶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자연조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개체수의 보장 같은 특정 동물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만약 그런 환경을 보장해줄 수 없을 때는 그 동물을 수용해서는 안된다.

2. 충분한 전문인력의 확보

생태동물원이 연구와 교육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리를 위한 충분한 인력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의 동물원들은 동물들의 종과 개체수에 비해서 그들을 관리할 전문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어느 동물원에서는 자원봉사자들로 필요한 인력을 대체하고 있기도한데, 자원봉사자들이 적절하게 제 역할을 해내게 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전문 인력이 우선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3. 정부의 적극적 관리

동물원에 대한 정부 규제 역시 필요하다. 이는 적절한 시설과 관리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을 하기 위해서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무책임한 동물원의 난립을 막고, 관람객들 역시 동물들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동물원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진지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

영국의 동물보호단체인 CAPS(Captive Animals'' Protection Society)는 동물원의 멸종동물이나 야생동물들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CAPS에 의하면, 영국의 동물원들이 인위적인 번식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잉여동물(동물원이 수용할 수 없는 동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용어 자체가 이미 비자연적)들을 식용이나 실험용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동물원 자체에 동물실험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동물복지에서 앞서가는 나라라고 하는 영국에서조차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동물복지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연 어떠할지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며, 이런 일을 저지시키는 일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동물들이 멸종하는 것은 주로 무분별한 남획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서식지 환경의 불안정이 요인이 된다. 따라서 단순히 멸종동물 보존의 문제를 동물원이라는 좁은 공간 내에서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환경보호 프로젝트와 함께 동물보호가 이루어져야 멸종위기로부터 동물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