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안전한가

전시·야생동물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안전한가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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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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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안전한가

-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학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동물은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인기와 관심을 모으는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보여주는 ‘동물의 왕국’류의 다큐멘터리에서부터 개성 있는 동물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는 예전부터 큰 인기를 모아왔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상적인 에피소드, 화제거리가 될만한 동물 소개, 동물 관련한 사회 이슈 등 ‘동물’을 주제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도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동물의 존재, 또는 동물을 키우는 일은 영화나 TV 드라마 속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배경을 이룬다.

그러나 TV나 영화를 통해 동물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을 마냥 반가워할 수만 있을까?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출연하도록 선택된 동물들은 매우 매력적인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미디어에 등장하여 사람이 구상한 장면들을 연출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아닐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TV방송이나 영화 속에서의 장면이 동물학대로 이슈화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사극의 전투신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말이 부상 당하거나, 극 중 장치로 동물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무리하게 연출하여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경우, 실제 장면 연출을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무리하게 마취를 시킨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고려한 시각적인 재미가 우선시되는 촬영 현장에서 동물들은 소품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과도하게 혹사되거나,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인 물리적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아메리칸 휴메인 어소시에이션(American Humane Association, 이하 AHA) 이라는 단체에 의한 No Animals Were Harmed® 인증을 통하여 촬영 중 동물학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보를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알 수 있게 해준다.
AHA는 1887년 설립된 오랜 역사를 가진 아동 및 동물보호 자선 단체로 1940년대에 동물 배우를 기용하는 영화 제작 과정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당시에는 서부영화가 큰 인기를 얻던 시기로 위험한 거친 액션을 보여주거나 절벽을 오르는 위험한 장면 촬영하다가 큰 부상을 입는 말들이 많았다. 이 단체는 이후 미국배우조합의 인가를 얻어 영화 촬영 과정 중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기능을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작된 극장용 영화를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쭉 살펴보면 AHA가 인증하는 No Animals Were Harmed®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에 정식 상표로 등록된 No Animals Were Harmed® 마크는 미국 내에서 제작되는 영화 중 동물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영화들은 대부분 촬영 과정 중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인증을 획득하도록 권고 받고 있다. ‘아바타’, ‘해리포터 시리즈’ 등 극장용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CSI’,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와 같은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 TV 광고, 대학생들이 제작하는 단편영화들도 모두 이를 통해 촬영 과정에서 동물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인증 받았다.
1988년 제정된 AHA의 ‘촬영장에서의 동물 안전을 위한 가이드 라인’은 일반적인 동물 관리, 수의학적 처우, 실제 상황 연출에서의 준수사항, 분장, 의상, 무대장치, 촬영 장소, 특수효과, 스턴트 등 실제 동물이 연관될 수 있는 폭넓은 분야에 걸쳐 영화 제작자와 홍보담당자, 현장 제작 스탭들이 준수해야 할 기본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AHA 영상제작물 심사의 등급 기준

 - 우수(Outstanding)
  : AHA 심사관의 제작 현장 검증, 최종편집본 확인 등을 거쳐 동물안전 가이드라인의 조항을 충족시킨
    것이
확인된 영상물. 엔딩 크레딧에 No Animals Were Harmed®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 인증가(Acceptable)
  : AHA 심사관이 동물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의 촬영 현장을 검증하지는 못했으나, 최종 편집본 확인을
   통해 가이드라인의 조항을 모두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No Animals Were Harmed® 마크를
   사용할 수는 없으나, AHA의 심사를 거쳐 일부 장면에 동물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확인 받았다는
   문장을 명시할 수는 있다. 

- 특수사항 예외(Special Circumstance)
  : AHA의 심사를 거쳤으나 촬영 중 동물이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사고가 생겼을 경우, 철저한 수의학적
   검증을 통해 사고가 동물관리자나 제작 스탭들의 고의나 업무 태만으로 인하여 사고가 난 것이 아님이
   확인 되어야 한다.

- 인증불가(Unacceptable)
    : 제작진의 안전조치 미비로 동물이 부상당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방송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은 보는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의 이면에는 동물학대의 문제가 자리하기 쉽다는 점은 쉽게 잊혀진다.
동물의 삶을 소재로 하거나 동물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미디어 제작물이 넘쳐나고 있는 오늘날,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재미나 제작 과정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채 뒷전으로 밀려나기 쉬운 동물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촬영가이드라인이 국내에도 하루속히 마련되어야한다.
 

▲ 영화 엔딩 크레딧을 통해 표시된 No Animals Were Harmed® 마크.
인증번호와 함께 촬영 중 동물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