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탐지견 럭키를 기리며...
[추모의 글]
정부는 국가를 위해 봉사한 특수목적견들의 은퇴 후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한 예우와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지난 9월 25일 대전경찰청, 태극기로 덮인 유해 한 구가 특공대원 20명의 도열을 지나 경찰특공대 사무실 앞 화단에 안장됐다. 엄숙한 분위기 속 유해의 주인공은 폭발물 탐지견 ‘럭키(견종 마리노이즈)’였다.
대전경찰특공대의 폭발물 탐지 에이스였던 럭키는 올해 6월 원인 미상의 증세 발현에 이어 지난달 급성 혈액암 전신 전이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지속적인 약물·입원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였다.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 럭키에게 고통만 남을 뿐이다.”라는 수의사의 진단에 안락사를 결정한 대원들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럭키와의 이별을 고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주요 행사와 폭발물 신고 출동, 실종자 수색 등 200회 이상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전국 폭발물 탐지견 경진대회 3위, 전술 평가대회 폭발물 탐지 및 수색견 운영 부분 3위의 우수한 기량을 뽐냈던 럭키는 사랑하는 동료들을 남겨둔 채 그렇게 힘없이 떠났다.
폭발물 탐지견 럭키처럼 개의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을 대신해 위험하고 전문적인 업무에 투입되는 개들을 특수목적견이라고 하며, 장애인 보조견, 119 구조견, 수색 탐지견, 군견, 마약 및 폭발물 탐지견, 검역 탐지견 등이 있다.
사람에게 정년이 있듯이 특수목적견들도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쇠퇴함에 따라 은퇴를 맞게 된다. 보통 구조견의 고령화 기준은 7.7세~10.5세이며, 마약탐지견은 6~9년 정도 활동하고 군견은 8살 안팎에 은퇴한다.
은퇴 후 일반에 분양 또는 소속 기관에서 생활하지만, 은퇴견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생활만 보장된다.
심지어 예전에는 다른 개의 응급수술용 헌혈을 위한 공혈견 용도나 동물 실험용으로 보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관련 법 개정으로 특수목적견의 동물 실험은 금지됐다.
동물 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것이 결코 문제의 해결책일 수는 없다. 지난해 1월,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공익을 위해 일한 특수목적견들이 은퇴 후 건강하게 생을 마치도록 국가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특수목적견들의 관리와 처우에 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차례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인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희생된 수많은 특수목적견이 은퇴 후 안정적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함께한 동료 럭키를 위해 예우를 갖춰 마지막 길을 지켜준 대전경찰특공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맡은 바 임무에 헌신하고 우리 곁을 떠난 럭키가 그곳에서 더는 아픔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지내길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