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2020 국정감사] 경찰이 동물학대에 소극적인 이유, 있으나 마나한 동물학대 수사 매뉴얼

정책 · 입법

[2020 국정감사] 경찰이 동물학대에 소극적인 이유, 있으나 마나한 동물학대 수사 매뉴얼

  • 동물자유연대
  • /
  • 2020.10.07 15:31
  • /
  • 3164
  • /
  • 1



매월 동물자유연대에는 수십 건의 동물학대 사건이 제보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동물자유연대가 제보받은 동물학대 사건은 총 600건, 물리적 학대 사건만 해도 192건에 달합니다. 인스타, 페이스북만 보아도 매일 매일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제보성 게시물이 줄을 잇습니다. 왜 시민들은 경찰이 아닌 동물단체와 SNS에 동물학대 사건을 제보할까요? 경찰에 동물학대 사건을 신고해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동물학대 사건은 피해동물이 직접 자신의 피해를 증언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건에 비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가 요구됩니다. 또한 동물은 가해자의 소유물로만 인식되어, 학대 이후에도 가해자에 의해 관리되고 그 과정에서 학대 증거가 사라지거나, 추가적인 학대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때문에 동물학대 사건을 입증하고 피학대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신속한 판단과 수사가 필요합니다. 경찰 또한 동물학대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2016년 11월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을 발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실이 입수한 바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 등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총 16쪽의 수사 매뉴얼, 상황 대응이 아닌 동물보호법의 단순 나열에 그쳐 

수사 매뉴얼이라면 수사 과정별, 상황별 지침을 제공하며 상황대응 메뉴얼로서 기능해야 하지만 매뉴얼 대부분이 관련 법률의 나열에 그쳐 구체성이 부족하고, 수사시 지침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령 동물학대 유형에 관해 해외 수사 매뉴얼이 학대 유형별 법적 정의와 함께 구체적인 예시와 징후, 유형별 조사 필요사항을 설명하는 데 반해 우리 매뉴얼은 법조항을 그대로 기술하고 있을 뿐입니다. 



수사시 유의사항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 “피학대동물에 대한 안전조치 우선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론은 부재합니다. 증거수집 방법 또한 현장조사시 목격자 최대한 특정, 조기 cctv 및 블랙박스 영상 확보 등 매뉴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피학대 동물이 사망한 동물학대 사건의 경우, 그 사망원인을 밝혀 범죄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사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가능한 냉장 보관토록 한 뒤, 동물위생시험소, 수의과대학 병리실험실 등에 의뢰하여 일반 병리 부검을 진행할 필요가 있음에도 사체 부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합니다. 

실제로 동물학대 사건에서 일선 경찰들은 사체 부검의 필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동물자유연대에서 대응한 화성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의 경우에도 학대자가 동네 고양이를 벽과 바닥에 내리쳐 살해한 다음 날 인근 하천에서 또 다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고, 학대자가 전날 밤 인근 하천에서 목격되었다는 주민 진술에도 경찰은 추가 사체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부검은 커녕 고양이 사체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와 지자체의 동물보호 담당관이 방문하기까지 하천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사체를 수습하여 부검을 진행한 결과, 처음 희생된 고양이와 같이 두개골 골절 및 함몰, 뇌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학대자가 하천에서 발견된 사체에 대해 유기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체 부검은 추가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5년이 지났지만 개정 한번 없어, 교육 또한 전무

그 내용 뿐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부족합니다. ‘16. 10월 처음 발간된 이래 동물보호법이 다섯 차례나 개정되었음에도 매뉴얼 정비는 전무합니다. 매뉴얼에 적힌 법조항 마저도 이제 실효성이 없는 것이죠. 매뉴얼에는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17년 3월 개정으로 2년 이하의 징역,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지난 2월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됩니다. 동물 유기행위 또한 과태료 대상에서 벌금으로 바뀌며 이제 경찰의 수사대상이 됩니다. 

매뉴얼이 현장의 다양한 변수를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모든 매뉴얼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단편적 법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례 등을 통해 수사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본원칙과 대응기준을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매뉴얼이 책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쓸모없는 책자에 그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검토와 개정을 통해 그 내용을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매뉴얼에 대한 교육 또한 중요합니다. 실제 동물학대 사건에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처음 출동하는 만큼 일선에 매뉴얼이 공유되고,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이 필요합니다

변화한 시민들의 의식과 생명감수성에 발맞추어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수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내일 오전10시부터 진행될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지적할 예정입니다. 국회방송 생중계를 통해 함께 하실 수 있으니 시민 여러분 또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