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유일한 나의 반려동물은 복제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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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나의 반려동물은 복제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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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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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맞춤을 하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꼬리 치고 미소 지으며 나를  반기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내 삶의 공간을 내어주고 서로의 숨결을 공유하며 가족으로 지내던 모든 시간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식탁과 의자, 침대 위 이불과 같이 뛰어놀던 공원, 어디를 가든 흔적이 아로새겨 있습니다.

이미 하늘이 되어버린 반려동물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누구도 유일한 존재였던 그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복제는 내 가족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최근 한 유튜버가 사망한 반려견 유전자를 복제해 새로운 강아지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습니다.

펫로스로 인한 반려인의 심적 고통과 공허함은 충분히 공감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복제라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려견 복제를 위해선 난자를 제공하는 ‘도너’와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킬 ‘대리모’가 필요합니다. 사망한 반려견의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해 수정란을 만들고, 수정란을 다시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칩니다. 

배아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대리모에 여러 개 수정란을 착상시킬 수밖에 없으며, 착상이 실패할 시 성공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착상 과정에서는 낙태, 태반 이상, 과도한 태아 크기 등 유전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복제 과정의 실체가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복제견 한 마리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의 개들이 사용되는지, 그렇게 사용되는 개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사용 후에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복제 실험을 하는 업체만이 정보를 소유할 뿐, 어느 누구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2019년 4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연구팀의 은퇴 탐지견을 이용한 동물복제 실험의 실상이 폭로된 바 있습니다. 동물복제 실험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현재 인간 사회에서 진행되는 동물실험의 본질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에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해오며 생명을 도구로만 여기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윤리 개념을 도입했고,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 왔습니다.  

펫로스를 겪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해 또 다른 산업이 태동하려 합니다.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본질을 희석시키려 합니다. 돈과 산업으로 인간의 욕망을 뿌리내리기 위해 또다시 생명을 전선에 앞 세우려 합니다.

내 곁을 떠난 반려동물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을 기억에 남기고 이별까지 온전히 받아들이며 슬픔을 통해 다른 동물의 삶까지 보살핀다면 보다 성숙한 반려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또 다른 희생을 만들어내서는 안됩니다.

동물을 이용함에 있어 더욱 폭넓게 윤리를 논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이번 복제견 이슈가 우리나라 동물실험 문제 전반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