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당진 과다사육 시설의 뜻깊은 변화

반려동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당진 과다사육 시설의 뜻깊은 변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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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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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환경 개선 사업 진행 소식을 전해드렸던 당진 개 과다사육 시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처음 이곳을 알게된 건 올해 1월이었습니다. 애니멀 호더가 보호하는 개들이 자가 번식을 하고 집 근처에 유기까지 발생하면서 손 쓸 수 없이 늘어난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한 겨울 추위에 떨고 있을 동물들 걱정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방문했습니다. 큰 눈이 내린 직후, 제설도 되지 않은 좁은 길을 따라들어가보니 멀리서 들판을 돌아다니는 개들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현장을 확인해보니 견주가 개들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는 주위에서 얻어온 음식물 쓰레기를 부어주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애니멀 호더인줄 알았던 견주는 알고보니 용돈벌이를 위해 업자에게 식용으로 개를 팔며 지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판로가 막히자 남은 개들이 자체번식을 하여 점점 수가 늘었고, 키우던 개를 데려와 유기하는 일까지 종종 일어났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제보자가 매일같이 드나들며 개들에게 사료를 먹이고 피부병을 치료하고, 집안 청소도 하였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늘어나는 개들을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집안, 마당 뿐 아니라 뒤쪽 비닐하우스에도 뜬장 여러개가 있었고, 뜬장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들부터 어미개까지 여러 마리 개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은 뜬장은 배설물이 가득했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적절한 관리로 인해 거의 모든 개들이 피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출산이 임박한 개들도 여럿이라 한 겨울 난방도 제대로 안되는 곳에서 태어날 새끼들의 안전이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곤지암 번식장에서 100마리가 넘는 개들을 구조한 직후로 보호 공간이 현저히 부족했기에 단체에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대책을 고민하던 중 제보자분에게서 지역 주민들과 봉사 모임을 조직해 동물관리를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개들이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시설 개선과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떠돌이개들로 인한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시설 정비와 더불어 떠돌이개  포획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며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동네고양이 급식소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 건설에서 기꺼이 인력과 시설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 보호를 위해 정기적으로 동물 의료 봉사를 진행 중인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에서 중성화 수술 지원에 큰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해당 현장은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식용으로 개를 판매하는 견주, 야외에서 적절한 관리없이 방치되어 사는 개들, 그 과정에서 야생화된 떠돌이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어 손놓고 있던 지자체 등. 개인과 사회 모두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현장에서 가장 고통받은 존재는 아무 잘못도 없는 동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당진 과다사육 현장은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조금이나마 나은 결과를 일구어냈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와 비슷한 현장이 수 없이 존재합니다. 그 모든 현장을 동물단체가 나서 해결할 수 없기에 실질적 대안 마련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화가 필요합니다. 


단체에는 매일 수십 건의 동물 구조 요청이 접수됩니다. 반면 안락사 없이 운영하는 단체 보호소는 언제나 보호 공간 부족에 시달립니다. 도움이 필요한 동물에 비해 도움의 손길은 늘 부족합니다. 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는 동물보다 구조가 필요한 동물의 수가 수십, 수백배 더 많은 현실입니다. 시민들의 인식과 사회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동물단체들이 보호소를 몇 개 더 짓는다 해도 결코 상황은 나아질 수 없습니다. 




당진시 시설개선 사업은 단순히 열악한 시설을 말끔하게 개선한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번 사례가 특히 의미있는 까닭은 동물자유연대 혼자 이루어낸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매일 급여와 청소, 개들의 산책 등 동물 관리를 도맡아주시는 지역 봉사 단체 ‘동물과공존하는당진’, 집안 내부 공사부터 외관 벽화까지 도맡아 새로운 시설로 탈바꿈하게 만들어준 ‘포스코 건설’, 촉박한 일정에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십 마리 개들의 중성화 수술을 해주신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이 모든 힘이 모여 개들은 전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시설 개선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시설의 모습이 바뀐 만큼 그곳에 사는 개들의 삶도 더 행복하게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위기에 빠진 동물들 곁에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