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함께 한 아름다운 삶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도우미견이었던 엔달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선박 엔지니어로 걸프전에 참전했던 앨런 파톤씨는 전쟁터에서 양쪽 다리의 운동 기능과 과거의 기억을 모두 함께 잃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부상과 기억상실증으로 인하여 파톤씨는 걷지도, 말하지도, 글을 쓰지도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몇 년을 지냈습니다. 집중적인 재활훈련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난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러던 중 엔달이라는 래브라도 종 강아지와의 우연한 만남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말았습니다.
늠름한 모습의 엔달
엔달은 장애인이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도록 훈련을 받은 안내견입니다.
처음 파톤씨를 만났을 때 엔달은 1살이었습니다. 엔달은 집에서, 외출할 때, 일터에서 등 어디에서든지 파톤씨와 함께 했고, 부상 이후 엄청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절망감을 극복하고 파톤씨가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가장 충실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파톤씨는 엔달을 처음 만났을 시점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합니다.
“내가 말을 못 해서 엔달과는 수백개의 신호로 소통을 했거든요. 머리를 만지면 모자를 갖고 오고, 얼굴을 만지면 면도기를 건네주고 하는 식으로. 그렇게 서로 말없이 지내던 어느 날, 내가 '끙'하고 소리를 냈더니...엔달이 너무나 흥분해 날뛰었지요. 의사들은 불가능하리라 했지만, 엔달 덕분에 나는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엔달은 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을 받았지만, 그런 사고에 관한 훈련은 못 받았어요. 그때 나를 위해 한 행동은 완전히 본능적인 것이었지요."
2001년 어느날 파톤씨가 호텔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차에 받혀 휠체어에서 넘어졌을 때, 엔달은 매우 침착하고 또 정확하게 움직였습니다. 의식을 잃은 주인을 안전한 곳으로 끌어당겨놓고 휴대전화를 얼굴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파톤씨가 의식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한 후 길로 나와 행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주인의 목숨을 구해낸 것 외에도 엔달의 재주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엔달은 파톤씨를 대신해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뽑아주고,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골라줍니다. 또 버스를 탈 때 대신 요금을 내주고, 세탁기를 돌려주기도 합니다.
앨런 파톤씨와 엔달
이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그리고 충성심이 강한 엔달의 이야기는 영국 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엔달인 영국 애견신문 'Dogs today'에 의하여 밀레니엄의 개로 선정이 되었고, PDSA(People's Dispensary for Sick Animals: 병든 동물 치료 협회)가 지정하는 용감한 동물상의 첫 금메달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안내견이 되었지만, 엔달은 선천적으로 앞다리 연골이 약한 장애를 지닌 개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훈련 초기에는 엔달이 과연 안내견으로서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훈련과 식이요법을 통하여 세계 최고의 안내견으로 변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3월 13일 엔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엔달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말년의 엔달은 악화된 관절염과 심장 질환으로 힘들어했었다고 합니다.
평생을 반려인을 위하여 봉사하는 도우미견의 삶은 무척 고단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3년을 파톤씨 한 사람을 위해 살았고, 그 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던 엔달의 이야기는 인간과 반려동물 간의 친밀한 companionship을 증명해주는 감동적인 사례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말년의 엔달. 함께 있는 개는 힘들어하는 엔달의 업무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 입양된 개라고 합니다.
엔달의 이야기는 이미 BBC 다큐멘터리와 <ENDAL – How One Extraordinary Dog Brought a Family Back from the Brink (역: 벼랑 끝에 섰던 우리 가족을 구해준 특별한 개 엔달 이야기) >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판이 되었고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 아름다운 이야기를 알려주신 김주현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