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학교 메디컬캠퍼스에 ‘해쉬’라는 길고양이가 살았습니다. 다행히 평소 밥을 챙겨주는 분도 계셨고 ‘약대냥이’라고 불리며 학생들의 사랑도 듬뿍 받으며 일상을 이어왔지만, 날씨가 추워지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작년 겨울 갑작스레 한파가 몰아쳤던 11월 어느 날, 해쉬는 겨울집 경쟁에서 밀려나 거리 한 구석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이를 발견한 구조자가 안타까운 마음에 다가가 간식을 건네자 해쉬는 간식 보다 온기가 필요한 듯 구조자의 코트 안으로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추위에 떠는 해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구조자는 임시보호를 맡아줄 지인과 함께 해쉬를 구조했지만, 구조자와 지인 모두 집에 반려묘들을 키우고 있어 입양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장기간 보호가 힘든 상황에 고민이 된 구조자는 자신이 임시 보호와 입양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문의하는 메일을 동물자유연대에 보내왔고, 단체에서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회신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세 달 뒤 동물자유연대는 반가운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해쉬가 치료를 받은 뒤 입양을 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메일 내용은 이랬습니다. 구조 후 데려간 병원에서 해쉬가 흔히 범백이라 불리는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아직 학생이었던 구조자에게 오랜 입원과 고액의 치료비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해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구조자는 학교 커뮤니티에 해쉬 소식을 올리고 치료비 모금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학생들이 따뜻한 마음을 보탰습니다. 캠퍼스에서 봐오던 해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구조자에게 응원을 전하기도 하면서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것을 해쉬에게 나누었습니다. 그 마음에 답하듯 해쉬는 보름 간의 입원 치료 끝에 무사히 범백을 이겨냈고, 지금은 좋은 가족까지 만나 새로운 일상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생명마다 하나의 세상을 품고 살아갑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의 온정이 모이자 해쉬의 세상에도 기적이 이루어졌습니다. 혼자서는 버거웠을, 다 함께 이루어서 더 벅찬 해쉬 구조기를 읽으며 어둡게만 느껴지던 길에서 환한 빛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 위의 작은 생명에게 손을 내밀어준 가천대학교 메디컬캠퍼스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가천대 약대냥이 ‘해쉬’의 이야기를 계기로 ‘함께’가 가진 큰 힘을 믿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